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사진: Variety)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자신의 신작 ‘원스 어폰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중국 상영을 위한 재편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보도했다.

이 영화는 지난주 말 중국서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상영 1주일 전 중국 당국에 의해 상영 계획이 무기한 중단됐다.

영화 관련 매체인 시네마 블렌드의 보도에 따르면 계약에 의해 이 영화의 공동 제작사 보나필름그룹은 타란티노 감독에게 중국 상영을 허가받기 위해 재편집 등을 통해 중국 검열 당국에 협조하도록 요청했으나, 영화의 최종 편집권을 보장받은 타란티노 감독은 이를 거부했다.

다른 영화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의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홍콩 출신 액션 스타 이소룡의 딸 섀넌 리가 이 영화에서 논란이 되는 이소룡에 대한 묘사가 달라져야 한다고 중국 국가영화국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 영화의 개봉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중국 당국은 영화 개봉이 중단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영화평론가인 시윈쉐 베이징 필름아카데미 교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상영되지 못한 것은 가장 큰 비판자 중 한 명인 섀넌 리 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보면 타란티노가 브루스 리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방식이 편파적이고 모욕적인 면이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중국 본토 개봉을 중단시킨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고 환구시보는 보도했다.

이 영화는 이소룡을 거만한 인물로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이소룡은 무하마드 알리와 싸워 그를 불구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클리프 부스와의 싸움에서 패한다.

시 교수는 ”이소룡은 중국인에 대한 미국의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스크린에 출연했다“며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후 우리는 그런 고정관념을 보고 있다.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섀넌 리는 지난 7월 더랩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낙담“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브래드 피트의 캐릭터를 이소룡도 이길 수 있는 천하의 악당으로 만들기를 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소룡이 살아있을 때 백인이 주도하는 할리우드가 이소룡을 대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영화 속에서 이소룡을 묘사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관에 앉아서 관객이 나의 아버지를 비웃는 것을 보는 게 매우 불편했다“고 덧붙엿다.

이 영화에 대한 섀넌 리의 불만과 관련된 해시태그는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웨이보에서 20일까지 3억10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한 중국인은 ”이소룡의 과도한 자신감과 거만한 이미지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등장하는 전형적인 중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이소룡은 진짜 중국인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일생을 바쳤으나, 타란티노는 이런 오래된 이미지를 다시 영화 속으로 불러들였다.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코멘트를 시나웨이보에 남겼다.

시 교수는 중국인은 종종 차이나타운의 갱 역할을 맡거나 거만한 이민 2세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아시아인 캐릭터는 미국인 관객들이 가진 아시아인에 대한 이미지가 반영됐다.

인종차별은 영화 밖의 세상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예를 들면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 출연한 베트남계 미국 배우 켈리 마리 트란은 영화 속 그녀의 캐릭터에 불만을 품은 스타워즈 팬들의 인종차별적 공격과 인신공격에 시달렸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