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FP)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워싱턴의 정치적 혼란보다 더 큰 우려에 직면했다. 바로 일본 채권시장의 문제다.

일본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이 충격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열린 20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일본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이 3.42%로 9월의 3.60%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입찰 전날 일본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 매입을 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런 응찰률은 2015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런 낮은 응찰률은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국채 수익률이 8bp 상승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매도에 나섰다. 유럽 국채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가장 많은 선진국이다. 10조 달러 이상의 국채가 유통되고 있다.

일본 채권시장의 동요는 미국 채권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후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했다. 트럼프 집권 3년이 채 안 돼 미국의 부채가 22조 원으로 늘어났고 연간 재정적자가 10억 달러에 달했다.

일본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일본 국채 입찰은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한 날 실시됐다. 아베 신조 총리는 경기 부진을 고려해 소비세 인상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소비세 인상을 단행했다,

아베 총리는 소비세 인상으로 늘어난 세수로 국가채무 줄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10년물 응찰률 하락은 일본이 부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불신은 아베 총리의 의도와 정반대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베 정부는 2014년에도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렸다. 이에 따른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결국 재정 지출을 늘렸고 국가채무가 늘어났다. 2018년 말까지 일본의 국가채무는 소비세 인상률 같은 3%나 증가했다.

채권시장은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일본은행이 보유 국채 매도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2013년 이후 국채 매입에 나섰다.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으로 도쿄 채권시장의 역동성이 사라졌지만, 급격한 금리 상승의 막아주는 안전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국채의 덫에 갇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장이 일본 국채나 엔화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면 국채 수익률이 급등할 수 있다. 현재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17%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런 우려가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일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다면 두 가지 단기적인 리스크와 한 가지 장기적인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첫째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다. 신용평가사들은 현재 낮은 국채 수익률 때문에 일본의 국가채무 부담에 대해 경고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이들의 계산법이 달라질 전망이다.

두 번째는 일본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한 연기금과 보험사 등의 투자 손실이다. 일본 국채 수익률이 2%까지만 올라도 연금생활자가 많은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세 번째는 유럽 등 다른 지역에 대한 영향이다. 미국은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도 여전히 시장 금리가 2%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나, 유럽은 일부 국가의 경우 제로금리로 떨어졌다. 채권시장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유럽의 양적완화는 유럽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유동성 함정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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