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발표하는 경제 지표를 과연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중국국가통계국(NBS)도 많은 분석가와 경제학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이런 의심을 의식하고 이달 초 통계법 개정안 초안을 발표한 것처럼 보인다. 관영 신화통신은 NBS의 성명을 인용해 “자료를 조작하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그 윗사람까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NBS가 취합하는 중국 지방과 시 정부가 제공해주는 방대한 경제 통계의 ‘정확성’을 둘러싼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이런 문제를 인식했는지, NBS는 “통계법 개정의 목적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현대적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통계자료의 신뢰성, 정확성, 신속성을 높이고, 사회·경제 성장에서 통계의 역할을 강화하고, 수준 높은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 몇 년 동안 금융시장에서는 통계 조작을 둘러싼 소문이 나돌았다. NBS의 이번 통계법 개정 조치가 특히 10월 18일 중요한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시기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NBS에 따르면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2분기 때의 6.2%보다 낮은 6%로 집계됐다.
9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대비로 각각 5.8%와 7.8% 증가했고, 1~9월 중 고정자산투자는 전년동기대비로 5.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도시 실업률은 5.2%로 전월대비 보합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1992년 이후 가장 낮게 나온 3분기 성장률을 보고 한결같이 우려를 표명했다. 루 젱웨이 상하이 산업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여전히 상당한 하강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믿기 힘든 중국의 경제 지표
그런데 NBS가 발표한 통계를 이번엔 정말로 믿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중국 지방 정부의 엉터리 통계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에 소재한 금융서비스회사인 노던 트러스트는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서 ”중국의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한 지표를 둘러싸고 높아진 의구심이 중국 경제의 불확실한 상황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처럼 규모가 큰 신흥시장 경제의 측정 오류는 불가피하지만, 중국 공식 통계의 정확성을 둘러싼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NBS의 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나온 최신 지표 역시 중국 경제의 실제 상황을 더 낫게 포장해서 나온 지표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워싱턴에 소재한 브루킹스연구소는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2008년부터 2016년 사이에 성장률을 평균 2%p 더 높게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작년 12월 상하이재경대학이 31개 성급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투명성’ 조사 결과는 더욱 놀랍다. 최첨단 기술 및 제조업 거점인 광둥성이 연구원들이 요청한 정보의 70% 가까이를 제출해줌으로써 가장 높은 69.38점을 받았다. 가장 불투명한 지역은 중국 남동부에 위치한 장시성이 꼽혔다. 장시성의 투명성 점수는 26.98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은 53.49점이었다.
조사에 참가한 연구원들은 “불행하게도, 중국 지방정부들의 전반적인 투명성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초 영향력 있는 자문사인 차이나 베이지북의 최고경영자(CEO)인 르랜드 밀러는 올해 2월 “중국이 발표한 GDP 통계는 완전 쓰레기”라면서 “NBS 통계가 신뢰할 수 없다는 건 분명 시장의 공통된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NBS의 통계법 개정 노력을 통해 판단해봤을 때 NBS도 밀러 CEO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든 와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