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8일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의 킹압둘아지즈 국제공항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중앙)이 이브라힘 알아사프 사우디 외무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사진: AFP)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을 “전쟁 행위”라고 비난했다. 사우디는 이번 공격이 “의문의 여지 없이”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를 공개했다.

사우디를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그를 태운 비행기가 사우디 서부 도시 제다에 착륙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에 대해 “이란의 공격이었다”며 “전쟁 행위”라고 말하고 “우리가 전에 보지 못했던 규모의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가 자국 동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한 25대의 드론과 순항미사일의 파편을 공개하자 폼페이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나왔다.

투르키 알 말리키 사우디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북쪽으로부터 왔고 의심할 여지 없이 이란이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과 사우디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말리키 대변인은 ”(드론과 미사일의) 정확한 발사 지점이 어디인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사우디 관리들이 이란이 이번 공격의 당사국이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을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과 미사일이 이라크에서 발사됐다는 언론 보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유엔 외교관들은 사우디에서 전문가들이 국제적인 차원의 조사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제다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6%를 앗아간 이번 공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후티 반군은 예멘 반군에 대항하는 사우디 주도 연합국의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다수의 표적”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위협했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AFP 기자에게 미국 정부는 크루즈 미사일이 포함된 이번 공격은 이란에서 왔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다음 주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우리는 누구와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은 준비가 돼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이미 이란 경제를 마비시킨 경제제재를 이미 이란 경제를 마비시킨 제재를 ”상당한 정도로 강화“하겠다며 48시간 이내에 구체적인 제재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7월 31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에 착수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경제제재는 “불법적”이며 “잔혹한” 조치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과는 “어떤 수준이든“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입장도 강경해졌다.

이처럼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다음 주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간의 극적인 회동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의 회동이 성사되려면 미국 정부가 로하니 대통령에게 입국 지바를 발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란 국영언론은 이날 미국 정부가 로하니 대통령과 수행원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말리키 사우디 외교부 대변인은 자국 석유 시설에 대한 이번 공격이 예멘에서 시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격은 사우디에 대한 수십 건의 소규모 공격을 감행한 바 있는 예멘 반군의 능력을 뛰어넘는 일이라며 ”순항미사일의 정밀 타격“은 후티 반군의 능력을 벗어난 고도의 능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대규모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합지졸 수준인 예멘 반군을 제압하는 데 실패했던 경험 때문에 사우디가 군사적 대응에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칼리드 빈 반다르 영국 런던 주재 사우디 대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분명히 우리가 전쟁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분쟁 확산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번 공격을 자행했다는 후티 반군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이번 공격은 사우디의 예멘 사태 개입으로 분쟁이 확산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NBC 방송은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사이버 공격이나 이란의 석유 시설 또는 혁명수비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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