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일찌감치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를 시작한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5G 안테나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5G 통신망 구축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5G 도입을 반대하는 시위가 21일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열린 가운데 시위 발생 이전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5G 안테나 구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이 제기됐다.
5G 이동통신 기술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미국은 화웨이가 다른 나라에 공급하는 5G 장비에 스파이웨어를 심어 스파이 활동에 이용할 수 있다며 우방국들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스위스에서는 건강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5G 안테나가 방출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월 스위스는 스위스컴(Swisscom)과 선라이즈(Sunrise), 솔트(Salt) 등 3개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5G 주파수를 배정했다. 이들 사업자는 5G 사업으로 3억8000만 스위스 프랑(3억8400만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성공을 확신한 사업자들은 올해 도시와 시골은 물론 산악지대에서도 5G 통신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텔레비전과 광고판을 통해 홍보해왔다.
스위스 당국은 7월 초까지 전국적으로 334개의 5G용 안테나 기지국이 가동되고 있다고 AFP에 말했다.
국민투표?
하지만 5G 사업은 몇 가지 심각한 장애물에 부딪혔다.
제네바를 포함한 일부 주는 5G 기반시설의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굴복했다. 이들 지역에서 새로운 기지국 건설은 중단됐으나, 사업자들은 4G용 기지국을 5G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 4G 기지국의 5G 기지국 전환은 허가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스위스컴은 연말까지 스위스 인구의 90%가 5G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5G 이동통신 기술이 이전 세대의 기술에 비해 전례 없는 건강 및 환경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하며, 당국이 서비스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21일 베른 정부청사 앞에서 수천 명이 참가한 시위를 개최한 데 이어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5G 반대단체인 페켄시아(Fequencia)의 코코 타체 베르테르는 AFP 기자에게 스위스의 성급한 5G 서비스 출시는 “매우 충격적”이라며 “대부분 시민이 우리 편”이라고 말했다.
제네바에서 정기적으로 5G 도입 반대 시위를 열고 있는 올리비에 파후드도 이런 의견에 동의를 표시하며 5G 기술이 “건강과 환경, 사람들의 사고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처럼 “전자파 과민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5G 기술은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질환은 대부분 국가에서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환자들은 휴대전화와 와이파이 라우터, 텔레비전 및 기타 기기에 노출되면 가벼운 불편함에서 생활을 파괴하는 장애까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위스 의사협회도 ”전자파 한도를 높여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는 한 전자파가 강해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