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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 약세가 싫을 수밖에 없는 일본

일본은행이 어쩔 수 없이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나섰다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유발할지 모른다.
도쿄에 있는 한 외환 중개사의 모습 (사진: AFP)
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거의 틀림없이 730일로 돌아가 금리에 손을 댈 것이다

 

당시 그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던 그 주는 엔화의 궤적에 만큼이나 구로다 총재의 신뢰도에도 잔인한 영향을 미쳤다. 731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내리자 엔화 강세 속도가 빨라졌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수위를 높인 82일이 되자 이 속도는 더 빨라졌다.

여기에 중국마저 BOJ를 한 방 먹이기까지 하면서 엔화는 자생적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5일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심리적으로 중요한 달러당 7 아래로 떨어지게 용인했다. 그러지 곧바로 미국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고, 트레이더들은 안전자산인 엔화 매수에 나섰다. 엔화 가치는 작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7% 올랐다. 올해 들어서도 지금까지 4% 가까이 상승 중이다.

BOJ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엔화 강세는 가뜩이나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일본의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BOJ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트럼프 대통령이 주로 중국을 겨냥해서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일본이 부수적 피해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일본의 수출은 6월에도 전년동월비로 6.7% 감소하면서 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6월 실질임금은 6개월째 하락했고, 인플레이션은 BOJ가 목표로 하고 있는 2%의 절반에도 다가가지 못했다.

그렇지만 BOJ는 뒷짐만 지고 있다.  BOJ는 계속해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주기 위해 자산 매입 규모를 일부라도 조정하는 일도 하지 않고 있다.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하나는 쓸 수 있는 확실한 카드의 부재 때문이다. 2013년 이후 구로다 총재는 발행 국채의 절반을 매수했고,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췄고, 80%에 달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였다.

두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BOJ가 굳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길 자제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BOJ는 재무성과 함께 엔화 강세에 구두개입 나설 수도 

BOJ가 다시 게임에 복귀하길 기대한다. 놀란 시장은 BOJ에게  대체 우리를 위해 한 게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다. 트레이더들이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마당에 BOJ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그것은 엔화 강세에 대한 암묵적 동의로 보일 수 있다.

BOJ와 재무성이 앞으로 구두 개입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미 월요일 다케우치 요시키 재무성 재무관은 필요할 경우 엔화의 과도한 움직임에 대응할 것이며, 환율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겠다라고 말했다.

엔화 가치가 계속해서 오를 경우 이보다 더 강한 발언과 직접적인 시장 개입 위협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아베 총리의 경제팀이 재정 부양 노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물론 BOJ는 6년여 시간 동안 리플레이션(reflation·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을 통해 이룬 업적을 유지하라는 압박을 더 심하게 받을 것이다.

다만 그런 업적이 아베 신조 총리가 201212월 약속했던 업적은 아니다. 당시 그가 광고했던 구조적 개혁 빅뱅은 BOJ의 공격적 완화 정책 때문에 뒤로 밀려났다. 그렇지만 당시 엔화 가치가 30% 떨어진 덕분에 일본 경제는 1980년대 이후 최장기간의 팽창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전쟁으로 그런 팽창세가 중단될 위험이 커졌다.

위안 절하를 용인하는 中

중국의 비공식적 환율 조작이 이런 위험을 더욱 고조시켰다. 최근 몇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그가 직접 뽑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분노를 표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처럼 금리 인하 압박을 받던 파월 의장은 지난주 마침내 근 50년 만에 실업률이 가장 낮아 필요하지 않았던 25bp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것은 일본의 엔화 강세에 대한 인내심을 테스트하게 해준다.

일본은 위안 약세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서 중국과의 무역 감소를 감내하거나, 아니면 일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6월에만 10%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 불거진 한국과의 무역갈등 때문에 일본이 이런 도전들을 이겨내기 더욱 힘들어졌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곤경에 처해 있다.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는 일본 경제를 지키기 위해 애쓰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지나치게 나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본과 무역협상에 나선 미국 측 협상단에게 일본을 압박하라고 지시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으면, 엔화 가치가 더 오르면서 현재 106엔 레인지에 있는 달러/엔은 100엔을 향해 움직일 것이다.

일본이 시장에 확실히 권위 있는 메시지를 줄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유동성을 투여한다거나 BOJ가 자산 매입 규모를 늘릴 수 있다. 또한 재무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감수하고서라도 엔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도 있다.

일본 관리들이 일본이 처한 문제를 잘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장에 상기시켜줄 수 있는 적기는 지난주였다. 두 번째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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