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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파트 II, 제국의 역습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요일 미국 증시의 급락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새롭고도 끔찍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발표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무역협상 이후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미국과 힘들고도 긴 무역전쟁을 인내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신호했다. 중국이 기업들에게 미국산 농산물 구매 자제를 지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또한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 아래로 떨어지는 걸 용인한 건 중국이 환율 조작을 통해 수출을 부양해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대놓고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분명 통화완화, 감세, 공적투자 확대를 통한 내수 진작으로 대미 수출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위 차트는 달러/위안 환율 옵션의 내재변동성을 중국인민은행(이하 인민은행’)의 벤치마크 7일짜리 레포 금리와 비교해놓은 것이다. 2015년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어놓기 직전, 인민은행은 위안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환율 변동성을 인위적으로 낮춘 것이다. 하지만 이때 국내 단기자금시장의 변동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많은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당시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달러에 페그되어 있던 위안 가치도 동반 상승하면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자 결국 인민은행은 20158깜짝위안 평가절하에 착수하며 사실상 위안의 달러 페그를 포기했고, 이 결과 전 세계 금융시장에는 엄청난 불확실성이 퍼졌다. 위안 환율과 7일물 레포 금리도 극단적인 변동성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후 인민은행이 잘 대처하면서 시장에선 위안 변동성을 둘러싼 공포가 빠져나갔고, 국내 단기자금시장의 변동성도 사라졌다.

다시 월요일로 돌아와 보자.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부과를 위협하자 위안 환율 변동성은 높아졌지만, 중국 국내 단기자금시장에는 이 여파가 거의 미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에 스트레스를 받은 인민은행은 경제 교과서에 나온 대로 행동하고 있다. , 다른 중앙은행들이 그렇게 하듯이 무역 상대국들보다는 국내 니즈(needs)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트럼프 대통령은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그는 이미 남은 실탄을 소진했다. , 91일부터 중국을 상대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그가 중국을 상대로 더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휴가 시즌(추수감사절에서 신년 초까지의 축제일 기간)을 앞둔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예전보다 더 비싼 가격에 가전제품을 사야 할 것이다. 또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 제품에 부과하는 징벌적 관세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할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에게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외환 시장 개입을 지시할 수 있다. 이때 재무부는 위안을 사고, 달러를 팔아야 하는데 그것은 바람직하지도, 또한 효과적이지도 않은 방법이다. 연방준비제도가 이와 동시에 통화정책을 완화하지 않는다면 재무부의 개입 효과는 기껏해야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6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무역전쟁은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 둔화를 촉발했다. 이날 나온 미국의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53.7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나왔던 제조업 PMI는 이보다 더 좋지 못했다. 이처럼 미국의 경기가 둔화되고 있을 때 세금 인상은 권장할 만한 처방이 아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품에 대한 세금 인상을 통해 경기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필자의 관점에서 이 모든 일이 예상 가능했고, 피할 수 있었다. 필자는 1년 전에 무역전쟁이 순조롭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복잡한 전 세계 공급망의 미래를 협상하면서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이 미국 뉴저지 주 남동부에 있는 도시 애틀랜틱시티에 있는 부동산 거래와는 차원이 다르다.

증시 투자자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를 잘 예상하고 있다. 이날 S&P100 주식 중 가장 많이 빠진 게 반도체 디자인 회사인 엔비디아(Nvidia)의 주가였다. 이 회사의 주가는 7% 가까이 폭락했다. 엔비디아는 아시아에서 매출의 약 70%를 올린다. 광범위한 반도체 업종지수(SOX: Semiconductor Sector Index) 역시 지난 3거래일 동안에 총 8%가 하락했다. 미국은 중국 전기통신 회사인 화웨이에 핵심 부품을 수출하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중국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이제 화웨이와 다른 중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에 맞서 반도체 설계에 매진해왔다. 이들은 이제 아시아 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 전쟁에 뛰어들면서, 미국 경쟁사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고 할 수도 있다.

중국을 압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화웨이에 대해 수출을 금지했지만, 화웨이가 영국과 유라시아 대륙에서 5세대(5G) 모바일 광대역 서비스를 개시하는 걸 막지 못했다. 미국은 또한 세계 2대 핸드셋 제조사인 화웨이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 시스템의 업데이트를 받지 못하게 막겠다고 신호했다. 그러자 화웨이는 자체 운영 소프트웨어를 준비하며 이에 맞섰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취한 모든 관세 외 조치들은 후폭풍을 불러왔다.

지금의 무역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주식시장을 대통령으로서의 성공 잣대로 삼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걸 달가워할 리가 없다. 많은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신이 이룬 성공의 희생자다. 그는 중국에 대한 반발 여론을 조성하는 데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왔지만, 그가 앞으로 중국과의 협상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민주당이 그를 가만 놓아둘 리 없다.

이제 모 아니면 도식의 결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이보다 더 개연성 있는 결과는 없는 것 같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괄 타결’(grand bargain)을 추진하는 것이다. 일괄 타결안에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연료를 수입하고,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한 협상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외국인 투자자를 직접 겨냥해 자국의 금융시장을 개방하는 안이 포함될 수 있다. 반대로 양국이 아무것도 안 하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분명 자국 경제가 작년에도 그런 것처럼 앞으로 1~2년 정도는 무역전쟁을 더 버텨낼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지표 대부분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물러나기보다 싸울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대안을 쉽게 찾기 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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