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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 무기화’ 선언…희토류 수출 중단 시 美의 대응은?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희토류를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11월 4일 중국 강소성 연운항시에서 굴착기가 희토류를 트럭에 적재하고 있다. (사진: AFP)
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희토류 업계가 희토류를 무기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희토류산업협회(Association of China Rare Earth Industry) 8일 성명을 내고 우리의 산업 지배력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쓸 준비가 됐다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 관세 부과에 맞선 중국 정부의 맞대응을 결연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미국 정부가 부과한 관세 부담은 중국이 아닌 미국 소비자들이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성명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역전쟁 무기로 돌릴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80% 이상을 생산하는데, 미국은 대부분의 희토류를 중국에서 사들인다. 또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은 희토류 수입을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이를 수입하는 국가들의 안보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 산업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희토류는 영구 자석, 화학 촉매, 형광 물질, 레이저 등 첨단 산업 분야에 폭넓게 사용된다. 특히 희토류 중 란타넘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용 니켈수소 전지 생산에 쓰인다. 미국은 희토류뿐 아니라 희토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정제와 제조, 금속 제조, 합금과 자석 제조 능력도 부족해 희토류에 관한 한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방위산업에도 중요한 자원

희토류는 방위산업에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급 핵 추진 잠수함은 9,200파운드(4.17)의 희토류를 사용한다. 알레이버크급 유도 미사일 구축함에는 약 5,200파운드의 희토류가 필요하다. 현재 실전 배치된 미국의 구축함은 66, 건설 중이거나 주문 중인 구축함은 14척이다.

스텔스 전폭기 F-35는 대당 920파운드의 희토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380대가 생산됐고, 미국의 구매량만 2663대다.

미국 방위산업 내 희토류 수요는 미국 전체 수요의 5% 미만이다. 하지만 미사일 유도 및 제어 시스템의 핀 액추에이터, 항공기용 디스크 드라이브 모터, 탱크, 미사일 시스템 및 지휘 통제 센터, 적 탐지용 레이저, 위성 통산, 잠수함과 군함의 레이더와 수중 음파 탐지기, 광학 장비 등 핵심 영역에서 폭넓게 희토류가 사용되고 있다.

RETA(Rare Earth Technology Alliance)항공기의 전기 시스템에서 전력 생산을 위해 (희토류) 사마륨코발트 영구 자석을 사용한다. 이 영구 자석은 다른 무기에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RETA는 제트 엔진의 금속 합금을 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내열 세라믹 코팅제에도 희토류인 산화 이트륨이 사용되고 항공모함과 군함의 음파탐지기와 스텔스 헬리콥터의 소음 제거 장치 등에도 희토류가 사용된다고 밝혔다.

선제적 대응 미흡

미국 산업계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희토류 관련 공동 연구 프로젝트가 있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다. 미국 국방부는 국가 안보를 위한 희토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소홀했다. 희토류 광산 개발과 비축 물량 확보,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희토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업계와의 협력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영토 분쟁이 격화하자 희토류 수출을 줄였던 2010년에 이미 국가 안보를 위한 희토류 확보의 중요성이 제기됐으나,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 모두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중국이 실제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한다면 단기적으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비축 물량 활용뿐이다. 희토류 비축 물량이 없다면 F35기 생산 등 중요한 전략 프로그램 중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희토류 확보를 위해 중국에 상당한 양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역전쟁을 몰고 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정치적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대안은 일본

중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일본은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1850km 떨어진 미나미토리섬에서 상당량의 희토류를 발견했다.

미나미토리섬의 희토류 매장량은 780년간 전 세계의 이트륨 수요를 충족시키고 디스프로슘은 730, 유로피움은 620, 테리비움은 420년간 각각 전 세계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규모로 추정된다.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미나미토리섬의 희토류를 상업화해 안정적으로 희토류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일본과의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중기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을 줄이고 국가 안보를 위해 희토류를 확보할 기회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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