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판 스타벅스 창립자 자살 소식에 인도 기업인들 ‘충격’

싯다르타는 방갈로르에서 230km 떨어져 있는 망갈로르로 자신의 차를 타고 가던 중 29일 실종됐다. 그의 운전기사에 따르면 그가 네트라바티강 근처에서 차를 내린 후 기사에게 좀 더 운전하다가 자신을 기다려달라고 말해놓고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싯다르타의 시신은 실종 이틀 만인 31일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싯다르타는 사모펀드 파트너의 압박과 세무당국의 괴롭힘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써놓았다. 유서가 작성된 날짜는 7월 27일이다.

그는 ’커피데이 가족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회사 임원과 직원들에게 보낸 유서에서 자신은 최선을 다했지만 ’흑자 사업 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인정하며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본인은 오랜 시간 동안 싸웠으나 오늘 싸움을 포기합니다. 6개월 전에 친구로부터 거금을 빌려서 회사 주식을 일부 매수했지만 계속해서 매수를 강요하는 사모펀드 파트너의 거듭된 압박을 더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유서에는 그가 세무당국으로부터 상당한 괴롭힘을 받았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싯다르타와 카페커피데이에 대해 실시된 세무조사를 뜻하는 말로 해석된다. 다만 인도 세무당국은 ’믿을 만한 증거‘가 있어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면서, 이와 같은 괴롭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세무당국은 싯다르타가 마인드트리(Mindtree)란 회사 주식 320억 루피(약 5,500억 원) 상당을 매도해놓고서 총 30억 루피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도 4억 6,000만 루피의 세금밖에 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유서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커피데이카페 측은 유서가 싯다르타가 쓴 게 맞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싯다르타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키란 마줌다르 쇼(Kiran Mazumdar Shaw)와 아난드 마힌드라(Anand Mahindra) 등 인도 재계의 거물급 인사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쇼 비오콘(Biocon) 최고경영자(CEO)는 “인도에서 스타벅스보다 먼저 커피 카페 사업을 시작한 조용하고 겸손했던 선구자의 사망 소식을 듣고 충격과 슬픔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마힌드라 마힌드라 그룹(Mahindra Group) 회장 역시 본인의 트위터에 기업인들은 사업 실패로 인해서 자존심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는 글을 올렸다.

이 밖에 전자상거래 회사인 스냅딜(Snapdeal)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쿠날 바홀(Kunal Bahl) 역시 싯다르타를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면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바홀은 “진정한 신사였던 그가 어떻게 그렇게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렸는지 안타깝다”면서 “나는 항상 그가 남긴 유산을 우리의 삶에 커피를 선사한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인으로 간직하겠다”라고 말했다.

싯다르타가 1996년 설립한 카페커피데이는 현재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중 하나다. 인도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이집트, 체코, 오스트리아 등에 1,700개 이상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한편 인도에서 운영되고 있는 미국의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매장 수는 150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