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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문화 단속으로 불 꺼진 이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정부의 사생활 침해에 반발하면서 개인적 자유를 더 누릴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019년 6월 21일 한 여성이 이란 수도 테헤란의 길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 AFP)
란은 통치, 교육, 대외 관계, 심지어 사람들의 생활 방식 등 공공 생활의 많은 측면이 특히 이념에 의해 결정되는 나라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종교 원칙 추종의 중요성을 설교하고 있으며, 1979년 혁명 이후 서구적 가치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보인다

 

이란 정부가 서구식 생활 습관에 반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최근의 사례로, 경찰이 인구 870만 명의 수도 테헤란의 밤 문화를 금지하면서 기업, 상점, 식당에게 새벽 1시 이후 영업을 금지한 조치를 들 수 있다. 테헤란 시의회 의원은 이란 수도 일부 지역에 밤 문화를 즐길 장소가 지정됐으며, 사람들은 허가받은 쇼핑센터, 카페, 레스토랑에서만 새벽 3시까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2015년 세계와의 경제협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및 기타 주요 강대국들과 핵협정에 합의했다. 동시에 정부는 대중,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구적이고 비()이슬람 관습과 생활 방식이 점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응해 왔다. 정부는 이를 서구로부터의 문화 침공으로 간주했다.

이란, 서구 문화의 유입에 민감하게 반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합의를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다시 시작한 후 이란의 대응 강도는 더 높아진 것 같다. 이란은 현재 미국과 EU와 경제·정치적 전쟁을 벌이고 있다. 또 수년간 해온 서방 세계에 대한 비난 선전이 국내에서의 서구적 행동으로 인해 훼손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최근 몇 달 동안 이란 여러 도시에서 수백 명의 여성이 운전하거나 차를 타고 있을 때 이슬람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통 복장 단속을 전문으로 하는 일명 도덕 경찰’(morality police)에 의해 적발됐다. 경찰에 적발돼 문자메시지를 받은 여성은 경찰서로 와서 다시는 위반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된다.

호세인 라히미 테헤란 경찰청장은 6월 초 이슬람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547개 식당과 카페를 폐쇄하고, 11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경찰, 서양 음악 틀어주는 식당 폐쇄 조치 

늦은 밤 차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주사위 놀이를 하는 것이 아랍 세계의 관습이긴 하지만, 이란의 밤 문화는 종종 서구 문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식당들은 파리 비스트로(Paris Bistro)에서부터 미스터 푸드(Mr. Food)에 이르기까지 서양식 이름을 사용하는데, 당국은 이런 관행을 경멸한다. 더욱이 식당들이 고객을 위해 틀어주는 재즈, 헤비메탈, 랩 같은 음악은 정부 제재로 인해서 국영 TV나 라디오에는 들을 수 없는 음악이다. 일부 식당은 심지어 몰래 술을 팔기도 하는데, 이는 이란에서는 이것이 불법이다.

끝으로, 식당들은 젊은 남녀들의 만남의 장소인데, 정부의 눈에 그들은 경건하고 독실한 이슬람 젊은이들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테헤란 경찰서장은 사이버 공간에서 비전통적인 광고를 하고, 금지 음악을 틀어서 이런 식당들을 폐쇄 조치했다고 말했다.

모호한 이란의 히잡법 

이란의 히잡법과 도덕적 범죄에 대한 당국의 정의는 믿기 힘들 만큼 모호할 뿐만 아니라 논쟁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것은 정치인, 학계, 전문가들의 단골 논쟁거리다.

히잡 착용을 안 한 여성을 신고하기 위해 경찰에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 대부분이 보수적인 중년 시민들이다. 그들은 여성은 반드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제정신인 정부라면 시민들의 복장과 생활 방식을 강요하고 단속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2009년 대통령 선거 운동 때 개혁파인 미르호세인 무사비(Mir-Hossein Mousavi)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경찰의 도덕성 순찰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부정선거 논란 속에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Mahmoud Ahmadinejad) 대통령(2005~2013년 재임)에게 패했고, 이에 반발해 정치적 민주주의를 외치며 테헤란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반()정부 시위인 녹색 운동’(Green Movement) 이후 가택 연금 상태에 있다.

더 많은 자유를 원하는 시민들   

233년 동안 이란의 수도였던 거대도시 테헤란은 서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이곳에서 교사로 일한다는 사하르 누리에(31) 씨에게 밤 문화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대도시에서 여유를 누리며 즐길 수 있는 기회다. 그녀는 법 집행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테헤란에서 밤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새벽에 어렵지 않게 쇼핑을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새벽 2~3시에 나가도 오락을 즐기고, 맛있는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정치인들은 장단점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서구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건 무엇이나 반대하는 독단적인 사람들이다. 제한적으로만 즐길 수 있더라도 밤 문화는 스트레스와 걱정이 많은 테헤란에서의 삶을 치유해주는 역할을 한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정부의 생활 습관 단속에 정치적 의도가 끼어있다고 본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더 큰 자유를 누리고, 개인의 선택에 대해 간섭을 받지 않고 싶어 한다. 그들에겐 단속 거부가 정부를 무시하고 위법 행위를 저지르자는 게 아닌, 개인의 자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다는 걸 보여주는 행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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