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정치적 압력 속에서 어렵게 예방적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매년 3% 이상의 GDP 성장률을 약속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경제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위터를 통해 “EU와 중국은 제조업체들이 더욱 쉽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고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며 “매우 낮은 물가에도 우리의 연준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거의 하지 않을 것이다. 애석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후 이런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 연준은 31일 FOMC 회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정치와 경제지표에 바탕을 둔 통화정책 방향을 조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왜 지금인가?
파월 의장과 연준 관계자들은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지속하고 물가도 궁극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반복해서 발언해왔다. 따라서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로 선회하는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연준이 중앙은행법에 따라 집중적으로 보는 두 개의 지표는 물가와 고용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5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고용 호조는 보통 임금 상승을 불러와 물가를 끌어 올린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를 밑돌았다. 중국 등 주요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통상정책은 불확실성을 고조시켜 기업 투자를 위축시켰고 브렉시트는 영국과 유럽 연합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정당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25bp 금리 인하를 확신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50bp 인하 전망도 나온다.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는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내년 초까지 세 차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금리 인상
연준은 미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 성장세로 접어들자 지난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아홉 차례 금리를 인상했고 지난해에만 네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연준 관계자들은 필요시 금리 인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금리 인상을 원했다. 12월 금리 인상은 무역전쟁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단행되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직면한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했을 수도 있다.
연준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과 시장에 연준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신뢰의 문제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면 중앙은행이 물가가 상승하는 등 필요할 때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을 잃게 된다. 중앙은행이 한번 신뢰를 잃게 되면 신뢰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이런 신뢰의 문제를 경험했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신뢰를 잃게 되면 연준은 물가가 오를 때 정책 효과를 거두려면 금리를 더욱더 적극적으로 인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에 부담을 주고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다.
사실 연준이 쓸 수 있는 무기는 많지 않다. 시장과의 소통도 중요한 무기지만 최근 연준은 시장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파월 의장과 연준 관계자들은 변화하는 경제 여건 속에서 혼란스럽고 모순되는 발언을 내놓으면 중심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31일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어떤 시그널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