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를 일으키는 기생충과의 싸움이 동남아시아에서 특히 어렵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 연구원들은 빠르게 진화하는 열대열말라리아(falciparum malaria) 변종이 주요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말라리아 예방약 중 하나인 DHA-피페라킨(piperaquine)의 치료 실패율이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에서 놀랄 만큼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발견은 옥스퍼드 대학 연구원들이 “랜셋 감염병(The Lancet Infectious Diseases)”이라는 간행물을 통해 발표한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열대열말라리아는 악성 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falciparum)에 의해 발병하는 가장 심각한 말라리아로 심한 전신증상을 동반하며 때로는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저자들은 캄보디아와 베트남, 태국 북동부의 열대열말라리아를 치료하는데 더 DHA-피페라킨(piperaquine)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효과가 없고 말라리아 전염의 확산에 기여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연구원들은 다발성 변종의 국지적 증가를 방지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메콩강 일대에서 열대열말라리아를 제거하는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치료제 내성 확산
이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옥스퍼드 대학교수인 닉 화이트 경은 “말라리아 치료제 내성이 강해지고 메콩강 유역에 내성이 생긴 말라리아 기생충이 퍼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 지역에서 말라리아를 제거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으로 내성 기생충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과거에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내성 기생충이 아프리카로 확산했을 때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말라리아 사망자는 1990년대 후반 말라리아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피페라킨과 같은 또 다른 말라리아 치료제와 결합한 아르테미신 결합 치료법(ACT)이 도입된 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4년에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아르테미시닌 결합 치료제 내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아르테미시닌에 대한 내성을 지닌 악성 말라리아 원충이 메콩강 유역에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말라리아 치료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3년간 말라리아 환자는 꾸준히 증가해 2억19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6년 말라리아 환자는 2억1700만 명이었다. 지난 2017년 말라리아 관련 사망자는 43만5000여 명이었다. 2018년에 출간된 WHO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자 중 대부분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5세 미만 어린이였다.
방콕에 있는 MORU(Mahidol Oxford Therapical Medicine Research Unit)의 아르젠 돈도르프 이사 “DHA-피페라킨은 동부 메콩강 유역에서 열대열말라리아를 치료하는 데 사용하면 안 된다“며 ”효과가 없는 치료제이기 때문에 말라리아 전염의 확산에 기여할 뿐“이라고 말했다.
DHA-피페라킨은 WHO의 필수 의약품 목록에 포함된 아르테미신 결합 치료에 사용하는 약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열대열말라리아와 바이박스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며 메콩강 유역에서 말라리아를 제거하기 위한 대규모 테스트에 사용된다.
연구원들은 아프리카에서는 아직 아르테미시닌 내성에 대한 보고는 없지만, 전 세계적인 말라리아 비상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내성이 생긴 악성 말라리아 원충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남아는 약물 내성의 요람
아르테미신 내성을 추적하는 연구 TRAC(Tracking Resistance to Artemisinin Collaboration)에 참여한 론 반더플루임 박사는 “동남아시아는 말라리아 치료제 내성의 요람이다. 메콩강 유역과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 열대열말라리아를 치료할 수 없게 되기 전에 이 말라리아를 퇴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악성 말라리아 원충이 말라리아 치료제에 대대적인 내성을 보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우선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클로로킨(chloroquine)과 설파독신 피리메타민(sulphadoxine-pyrimethamine)에 내성을 보였고, 현재는 아르테미시닌과 ACT 통합치료제에도 내성이 생겼다. 우리는 이 기생충을 없애야 한다.”
웰컴 생거 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KEL1/PLA1이라고 부르는 악성 말라리아 원충의 변종이 캄보디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MORU의 연구원인 올리보 미오토 옥스퍼드 대학교수는 “악성 말라리아 원충 진화하고 있다”며 내성이 강해진 돌연변이로 발전하고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