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일 정부 간 실무자급 회의가 12일 일본에서 개최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Asia Times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에서 과장급 실무 회의가 개최된다”며 “회의의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의 김양팽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바로 성과가 나긴 어렵겠지만 고위급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달 1일 3개 품목의 반도체 소재를 한국에 수출할 때 최대 90일 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수출 규제에 나섰다. 규제 대상 품목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회로의 패턴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공정과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 반도체기판 제작에 사용되는 포토 리지스트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포토 리지스트는 EUV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일반 메모리반도체용 리지스트는 정상적으로 수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EUV(extreme ultraviolet) 공정을 도입해 파운드리 사업 확대 등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EUV용 포토 리지스트 수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업 확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반도체 회로를 더 미세하게 그릴 수 있는 EUV 공정을 통해 삼성전자는 7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메모리용 포토 리지스트가 정상적으로 수입된다고 해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장담하기도 어렵다. 불화수소의 안정적인 수급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용 포토리지스트가 정상적으로 수입된다고 해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불화수소의 수입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1일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이후 고순도 불화수소는 아직 수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겨레신문은 러시아가 반도체 공정에 사용할 수 있는 고순도 불화수소를 공수 있다는 제안을 해 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11일 정부 관계자가 “러시아가 최근 외교 채널로 자국산 불화수소를 우리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을 정부 쪽에 전해왔다. 우리 정부도 일본이 불화수소 공급을 일시 중단한 지난해 11월 이후 일본산 수입을 대체할 경로를 계속 찾아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산업연구원의 김 연구원은 “러시아산을 쓰게 된다면 현재의 공정과 사용하는 기계에 맞춰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며 “정상적인 수율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산에 대해서는 순도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원료를 쓰고 있는지 정보가 전혀 없다. 따라서 러시아산을 사용할 경우 정상적인 생산이 이루어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테스트를 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국내 업체 등으로도 공급선을 넓히려 하고 있다. 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 중 대만이나 중국산 원료를 수입해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업체가 있어 이 업체와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산 불화수소를 사용할 경우 순도가 문제가 될 전망이다. 순도가 떨어지면 생산수율이 떨어지거나 품질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