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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 인도는 여성 대상 범죄와 전쟁 중

인도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관련 범죄는 오히려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진: AFP)
난 수년 동안 인도는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라는 꼬리표와 씨름해왔다.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없고, 오히려 역효과만 낸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인도의 주요 주에서 성폭력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인도 헌법은 테러리즘과 같은 중대 문제가 아닌 이상 법과 질서 유지의 문제를 주정부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마다 늘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 사태를 다루기 위해 각기 다른 방법을 쓰고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다양한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센터(NCRB) 자료에 따르면, 우타르 프라데시, 마디야 프라데시, 마하라슈트라 주에서 강간과 성폭행 사건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들 주 정부는 여성 안전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조치들을 도입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런 조치가 인도의 형사 사법 제도의 근본 문제와 시스템적 실패를 해결해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6년 인도에선 38,947건의 강간 신고가 접수됐다. 2015년에 비해 12% 증가한 수준이다. ‘성폭행, 성희롱, 성추행신고 건수는 전국적으로 84,746건이었다. 이것은 가정 폭력사건 다음으로 흔한 여성 대상 범죄다.

어설픈 대책

2017년 우타르 프라데시 주 총리가 된 요기 아디티야나트(Yogi Adityanath)는 경찰이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을 감시하기 위해 민간인 복장으로 공공장소를 순찰토록 하는 ()로미오 분대’란 걸 만들어 여성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논란 끝에 결국 분대는 해산되었다. 그러나 이후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아디티야나트 총리는 다시 경찰에게 용의자에게 경고용 레드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가진 분대를 꾸리라고 지시했다. 비슷한 행위를 하다가 두 번 적발되는 사람은 형사처벌을 받게 했다. 하지만 분대가 주로 젊은 남자들을 대놓고 모욕하고, 커플들의 풍기를 단속하고, 적발한 사람을 공공장소에서 윗몸 일으키기를 시커거나 삭발을 하게 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면서 그들은 맹비난에 시달렸다.

인근 라자스탄 주에서도 올해 5월까지 여성에 대한 범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량 급증했고, 강간 사건도 30%나 늘어났다. 주 정부가 작년에 이륜차를 타고 다니는 자체 반로미오 분대를 만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여성 인권운동가인 카비타 스리바스타바(Kavita Srivastava)라자스탄 주에서 정부는 강간 희생자를 돕기 위한 원스톱 위기 센터나 여성 전용 헬프데스크를 충분히 만들지 않았다라면서 대신 공개장소에서 풍속을 단속하면서 여성을 모욕하는 경찰 분대만 만들려고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제 라자스탄 주정부는 여성 범죄 특별조사단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NCRB 자료에 따르면 델리에서도 지난해 하루 최소 5건의 강간 사고가 일어났다. 따라서 주정부는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돌아다니게 무료로 지하철과 버스를 탈 수 있게 해주고, 30만 대의 CCTV 카메라를 설치함으로써 여성 안전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델리 경찰은 오토바이를 타고 길거리를 순찰하는 라프타(Raftar)라는 여성 경찰부대도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길거리에서 그들을 보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델리 경찰 자료를 보면, 최근 들어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은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올해 6월까지 강간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의 1,005건에 비해 줄어든 973건으로 집계됐다.

감시 강화

마디야 프라데시 주는 지난 2017년 주 최초로 12세 미만 여아를 성폭행한 남성에 대한 사형을 건의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폭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올해 6월 내내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는 버스나 택시 등에 GPS 추적 장치와 비상 단추도입에 착수했다.

마하라슈트라 주는 여성 안전 대책을 위해 25억 루피(425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사건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비정부 단체인 아크샤라와 사페티핀(Akshara and Safetipin)의 조사에 따르면, 마하라슈트라 주 주도인 뭄바이 지역의 44%가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뭄바이 거리 중 22%에서만 여성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올해 마하라슈트라 주 정부는 마침내 SOS 핫스팟 설치, 앱 추적, CCTV 카메라 추가 설치 등과 같은 안전 조치를 제안했지만, 여성들은 감시 강화가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 안전을 높이기 위한 주요 국가계획의 시행 성과도 부진하다. 최근 발표된 복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주와 연방 직할령들(총 9곳)이 여성 안전을 위한 계획을 지원하는 니르바야 기금’(Nirbhaya Fund)을 통해 배정된 85억 루피(1,465억 원)의 예산 중 20%도 쓰지 못했다. 니르바야 기금은 201212월 뉴델리에서 발생한 한 여학생에 대한 잔혹한 집단 강간 사건 이후 조성됐다. 여성 대상 범죄율이 가장 높은 델리는 받은 35,000만 루피 중 0.84%만 쓰는 최악의 집행 실적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중죄를 저지른 남성들이 처벌받지 않는 문화로 인해 범죄 차단 시스템이 약해진 이상, 정부의 시책과 법 시행만으로 변화가 일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운나오와 카투아 주에서 미성년자 강간 사건이 벌어졌지만, 영향력 있는 인사들로부터 외압을 받은 경찰이 증거를 은폐하며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은 최고조에 달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사법 처리를 막는 또 다른 주요 장애물은 낮은 유죄 판결률이다. NCRB 자료를 보면,인도에서 강간에 대한 유죄 판결률은 25.5%에 불과하다. 성폭행과 성희롱에 대한 유죄 판결률은 이보다 더 낮은 22% 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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