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은 지난주 6일 1년 만기 중기 유동성 지원창구(MLF)로 5,000억 위안(약 85조1,050억원)의 유동성을 금융기관에 투입했다. 1년 만기 MLF 규모로는 사상 2번째로 큰 수준이며, 금리는 3.3%로 지난번과 같았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이 부진하고, 기업 실적도 타격을 받고 있는 이상, 필자는 인민은행이 이런 식의 유동성 투입으로 그치지 않고 전 세계 금융시장을 놀라게 할 만큼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역전쟁 충격에 글로벌 중앙은행들 줄줄이 금리 인하
글로벌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최근 며칠 동안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의 중앙은행들이 줄줄이 금리를 인하했다. 지난해 6차례에 걸쳐서 금리를 올렸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일본도 가계지출, 임금, 수출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일본은행은 또다시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는 위에 언급한 중앙은행들과 두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첫째, 금리 인하 폭이 훨씬 더 클 수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4.35%라는 점에서 인민은행에게는 적어도 이론상 금리를 435bp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는 연준보다 최대 두 배 가까이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유럽중앙은행(0%)이나 호주(1.25%)와 일본(-0.10%) 중앙은행들과 비교해서도 인민은행은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
두 번째로 금리 인하로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더 강력한 무역전쟁을 벌일 수 있다. 이미 달러/위안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7위안에 접근해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한 상태다. 그런데 달러/위안이 추가로 오를 경우, 즉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 강도를 높일 게 분명하다.
인민은행이 신용 완화를 위해 취하는 어떤 조치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만큼이나 질투심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미 몇 달 동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지난해 연준이 4차례 금리를 인상한 건 ‘자학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파월 의장을 “미쳤다”며 그를 파면시키겠다고도 말했다. 이런 부담 때문이었을까? 이제 파월 의장도 무역전쟁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미국보다 더 큰 폭 금리 인하 예상돼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금리 인하를 통해 강력한 부양 모드로 전환한다고 해서 놀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재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2008년 미국에서 일어난 서브프라임 사태에 비해 중국 경제에 훨씬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부양 엔진을 총가동했다. 단, 그로 인해 중국 경제가 최악의 상태를 면하긴 했지만 남아 있는 34조 달러나 되는 엄청난 공공과 기업 부채는 여전히 중국 경제에게는 큰 짐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은 세금인하와 은행과 국영기업 및 공적사업 투자를 위한 대출 프로그램 가동 등 경기부양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어쩌면 이런 조치들만으로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면서 전 세계적인 충격을 주는 걸 막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인민은행이 지난주와 같이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투입하고 있으나, 필자는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해서 훨씬 더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