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로이터)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지난주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이 순유입을 기록하는 등 일부에서 우려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하다. 주식시장에서는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를 기록했으나 MSCI 지수 조정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원화 약세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런 대응은 최근 원화 약세를 주로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것으로 해석한다는 신호다. 1분기 GDP 역성장이나 수출 감소도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으나, 최근 원화 약세는 무엇보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리스크 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심리가 강해져 나타난 현상이다.

달러/원 환율은 20일 전일대비 1,50원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119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1200선을 위협하는 강세 분위기가 꺾이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원화가 위안화와 연동해 움직였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까지 하락할 경우 달러/원 환율도 1200원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외환시장은 외환당국의 영향력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 시장이다. 중국 당국이 허용한다면 위안화가 7위안까지 쉽게 하락할 분위기지만, 현재 중국 외환당국은 7위안까지 하락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환율 변동성 확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과도한 쏠림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환율이 지나치게 급변동하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몇 년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와 약세를 보일 때 모두 급변동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외환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통상 문제로 비화할 수 있어 방향을 바꾸는 적극적인 개입을 단행하기 어렵다. 특히 현재와 같이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환율 급변동 시 환율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비용 대비 효과도 크지 않다.

정부는 원화 가치 하락 자체보다 가파른 하락에 따른 불안 심리 확산을 더 경계하고 있다. IMF 경제위기 당시 원화 약세는 과도한 외채와 외환보유액 부족 등에 따른 채무상환 능력 약화라는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가 원인이 됐지만, 현재의 원화 약세는 그런 이상 징후를 동반한 현상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은 환율 변동 자체에 대한 위기감을 느껴서가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고환율을 유도하는 개입도 적지 않았으나 이것도 오래전 얘기다.

지난주 외국인 채권자금 2.6조 순유입

원화 약세 속에서도 지난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2조6000억 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입에 대해 지난주 “2조6000억 원 정도” 순유입을 기록했다며 투자자는 중앙은행과 국제기구라고 밝혔다.

그는 “그(투자의) 이면을 보면 최근에 환율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성도 있지만, 그렇게 장기적으로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대한 중앙은행이나 국제기구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올해 들어 1월 중 순유출을 기록했으나 이후 현재까지 순유입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동향에 정통한 한 시장 전문가는 “1월에 한국에서 나갔던 한 중앙은행이 지난주에 다시 한국 채권을 매수했다”며 “보유 외환 다변화 차원에서 매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 채권 투자자들에게 최근 환율 하락에 따른 불안 심리 같은 건 없어 보인다”며 “채권투자 시 중요한 건 상환능력인데 한국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외국인의 신뢰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최근 7거래일 동안 1조8229억 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로 전기전자 업종 대형주를 매도했다. 외국인 주식 매도는 이달 28일 적용되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덱스(MSCI) 신흥국지수(EM)의 반기 조정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MSCI는 지난 14일 신흥국 지수중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아르헨티나의 비중을 상향조정하고 한국과 인도, 대만의, 비중은 하향조정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정으로 신흥국지수에서 중국의 비중은 32.8%에서 33%로 늘어나고 한국의 비중은 12.6%에서 12.1%로 축소된다.

신한금융투자는 19일자 보고서에서 MSCI 반기 지수 조정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총 3조 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할 것으로 추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중 절반은 이미 매도가 이루어졌고 나머지 1조5000억 원 규모의 주식은 28일까지 매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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