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자 농구팀은 올해 여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FIBA 세계 남자 농구 월드컵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4년마다 열리는데, 원래 2018년 열렸어야 하지만 축구 월드컵과 겹치는 바람에 개최 시기가 1년이 미뤄졌다. 올해 대회는 8월 31일부터 9월 15일 동안 열리며, 미국은 지난번 대회 우승팀이다.
내년 미국 남자 농구팀은 올림픽 금메달을 방어하기 위해 도쿄로 향할 예정인데, 월드컵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NBA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짠 나라들이 많지만 미국 팀 NBA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다.
하지만 은메달도 충분히 값진 성과다. 미국에 이어 2위 자리를 다투는 팀들에도 농구팬이라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낯익은 얼굴들이 많다. 현재 5명의 NBA 선수가 포함된 터키 같은 팀들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 팀들을 상대해 이길 수 있는 강력한 유럽 팀에 속한다.
정복 영웅들
2010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터키는 미국에 졌지만, 은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선수들은 고국에서 ‘정복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터키는 미국, 폴란드, 일본과 같은 조에 편성되어 있는데 9월 3일 상하이에서 미국과 1라운드 예선에서 맞붙는다.
그런데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센터인 에네스 칸터(211cm)는 세계 최고의 터키 출신 농구선수지만 터키 대표로 농구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 2011년 유타 재즈에 의해 터키 선수 중 가장 높은 전체 3순위로 지명된 그에겐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어서다. 입을 다물지 않아서다.
월드컵 참가차 터키 대표팀의 일원으로 중국에 온다면 그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에 거주하는 무슬림에 대한 중국의 탄압을 개탄할 게 분명하다. 반면 다른 선수들은 중국의 잔인한 탄압을 알고서도 침묵할 것이다.
사실 터키 대표로 뽑힌 모든 선수들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통치 하에서 고국 터키에서 자행되고 있는 잔혹한 인권 탄압 문제 등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어도 모두 모른 척하고 있다. 반면, 칸터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미치광이, 정신병자, 독재자”라고 불러 터키 정부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힌 상태다. 터키 정부는 칸터를 붙잡기 위해 국제체포영장을 발부해놓았다.
칸터가 마지막으로 터키를 방문한 건 근 4년 전이다. 하지만 그가 고국으로 되돌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는 시사주간지인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터키를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정부가 내 동생들이 다니던 학교를 파괴했고, 나를 치료해주던 치과의사와 그의 아내를 구속시켰다”라고 주장했다.
터키 정부는 2017년 칸터의 여권을 무효화시켰다. 칸터는 현재 스스로를 ‘무국적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터키 정부의 체포영장 때문에 미국 이외 지역을 방문할 경우 터키로 귀국 조치를 당할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미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연초에는 터키 요원들의 암살 시도가 두려워 런던에서 열린 경기 참가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미국 시민권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칸터의 연봉은 1억8,000만 달러(2,120억원) 가까이 되지만, 그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할 생각이 없다. 그는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SNS 등을 통해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싶어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