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아이스톡)

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달 28일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경제 개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연말까지 외국인들이 중국의 에너지, 헬스케어, 텔레콤, 인프라, 운송 등의 분야 투자를 더 늘릴 수 있도록 한 외상투자법(외국인투자법) 세부안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외상투자법은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됐지만,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라시아 그룹의 앨리슨 셜록 연구원의 지적대로 새로 통과된 외상투자법은 중국 국내외 기업들 사이의 법적 차별을 유지하고 있어 외국인들은 계속해서 ‘차별적 정책’의 피해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중국이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외국인 투자를 차단할 여지도 열려있다.

셜록 연구원은 “리 총리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 노력이 광범위하게 퍼진 경직된 정치 문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이나 규칙의 더딘 반영 속도가 정부의 비효율성을 실감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지난주 재개된 미중 간 무역협상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양국 간 협상 합의문에 중국이 외국인 투자 제한 목적으로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함정이 포함될 걸로 예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는 중국은 매달 미국산 수입품 양을 늘려주기로 합의하는 한편, 지식재산권 등에 대해선 모호한 약속을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무역협상 결과보다 중국의 광범위한 채권시장에서 일어날 변화가 외국인들이 중국 금융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中 채권시장 개방 확대

4월부터 13조 달러 규모의 중국 위안화 채권시장이 글로벌 채권지수인 ‘블룸버그 바클레이즈’(Bloomberg Barclays) 글로벌 지수에 편입됨으로써 중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금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이번 지수 편입으로 인해서 올해에만 중국 본토 채권시장에서 최소 1,0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다시 말해, 중국 시장에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영향력도 그만큼 커진다.

이런 변화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에 유입되는 투자금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글로벌 지수 사용자들은 이제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개혁 노력을 감시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의 채권시장 개방으로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아니라 CNBC, 블룸버그TV, 폭스뉴스에 일상적으로 얼굴을 내미는 ‘말 많은’ 전 세계 고객과 투자자들이 중국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더 크게 열렸다.

트레이더와 전략가들이 이런 변화로 인해 중국의 금융시장 운용과 관련한 문제를 호소할 경우 시 주석의 경제팀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의 투명성이나 결제 방식, 또는 거래상대방 신원 파악 등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혹은 시장 유동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 투자 확대를 재고할지도 모른다.

시 주석 입장에선 채권시장 개방으로 인해 해결해야 할 잠재적 문제들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트로이 목마 전략’

중국 위안화 채권의 글로벌 채권지수 편입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쓴 ‘트로이의 목마 전략’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사실 이것은 지난 15년 동안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개혁가였던 저우 샤오촨 전 중국인민은행 총재가 옹호했던 전략이다. 그는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인민은행 총재로 일하면서 중국시장의 개방 확대를 옹호했다. 그는 ‘트로이의 목마 전략’을 1998년부터 2003년 사이 총리를 지낸 멘토인 주룽지 전 총리로부터 배웠다. 주 전 총리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키는 등 전례가 없는 수준의 개방을 추진했다.

채권시장의 외국인 참여가 늘면, 외국인들의 시장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도이체방크는 향후 5년 내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국채시장의 5분의 1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은 그 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채권 자경단이란 정부가 방만한 재정지출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지를 감시하면서 문제가 있는 경우 국채를 매도해 정부를 압박하는 채권 투자자들을 말한다.

중국이 외국인 투자 유입 속도에 맞는 속도로 개혁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채권 자경단’은 중국에 가시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채권 펀드들은 중국에게 시장 데이터 제공을 늘리고, 등록 절차 속도를 높이고, 위험회피 수단 접근성과 세련성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중국 규제당국자들에게 자신들이 요구하는 조치가 지연될 경우 본토 시장에서 돈을 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그들이 중국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를 갓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의 비중이 폭발적으로 확대된다면 중국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