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AFP)

지난 28개월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주요 과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하는 일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아베 총리가 급히 미국으로 날아간 것도 미국의 관세 압력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모든 게 계획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대미 수출용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가 부과됐고 약 2500만 달러 규모의 수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가 부과됐다. 이런 여파로 일본의 2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 감소, 3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그래도 백악관의 주요 타깃은 중국이었기 때문에 아베 내각은 지금까지 트럼프의 십자포화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견제구를 던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은 일본의 서비스 시장뿐 아니라 농산물과 산업용품 시장 개방 개방을 요구할 전망이다. 농산물과 산업용품은 일본이 개방을 원하지 않는 시장이다. 서비스와 투자 개방 요구도 집권 자민당에 큰 부담이다.

약한 달러

환율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엔화는 지난 2012년 말 이후 30% 절하됐다. 아베 총리가 임명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단행한 양적완화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에서 보면 약 달러는 미국의 성장 엔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물론 일본과 한국까지 압박하면서 ’플라자 합의‘같은 유형의 합의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선진국들의 통화가치가 절상됐고 특히 엔화는 1985-1987년에 50%나 상승했다.

물론 엔화가 다시 이렇게 폭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달러당 110엔인 원화가 100엔으로 상승한다면 수출과 도쿄 증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아베노믹스도 종말을 맞게 될 수도 있다.

기업이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려도 임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부진한 일본의 소비가 선순환적 회복세로 돌아서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통상 압력까지 커진다면 기업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을 다루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도 공정한 게임을 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몇 개월간 미국과의 협상에 공을 들였으나 협상 타결과 상관없이 미국이 부과한 관세가 지속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소식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 “관세 면제에 대해 협상하고 있다”면서도 “(무역)협상이 타결돼도 중국의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기간동안 관세를 유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 우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안보 카드도 있다. 그는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을 이용하고 있다며 비난해 왔다. 이달 초 그는 미군 주둔국이 주둔비 전액은 물론 여기에 50%를 더 부담하는 내용의 ’주둔비 50 플러스‘방안을 언급했다. 그러자 보호세를 걷던 마피아보다 더하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조만간 미국의 정책으로 공식화될 전망이다. ’주둔비 50 플러스‘ 또는 이와 유사한 수준의 미군 주둔 비용 인상이 스캔들과 조사로 얼룩진 자신의 위상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경기 둔화와 지지율 하락, 대미 무역협상 양보에 대한 자민당의 비난 등으로 코너에 몰려 있다. 자민당의 핵심지지 세력인 일본의 농민들은 지난해 체결된 EU와의 무역협정에서 이미 농산물 수입 관세 인하를 겪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아베 총리는 연정 파트너들과 불화를 겪게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올해 열리는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 승리를 통한 권력 기반의 안정화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또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을 통해 일본을 압박한다면 아베 총리의 이런 구상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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