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모터스에게 좋은 일이 미국 경제에도 좋은 일이란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에게 좋은 일은 한국 경제에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에 불길한 신호를 보냈다.
애플이 지난 1월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지 두 달 만인 26일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 쇼크’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당초 예상 대비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의 환경 약세로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예상 실적 발표에 앞서 설명자료를 공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는 이미 “2019년 1분기는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가운데 메모리와 OLED 수요 약세가 전망된다”며 “메모리의 경우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지속돼 수요 약세가 예상되고, 디스플레이 패널도 주요 고객사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따른 OLED 판매 둔화가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4분기 때 발표한 전망보다 현재 시장 상황이 더욱 나빠졌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이번에 이례적으로 실적 하회를 공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경고는 전 세계적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상징한다.
규모는 크지만 개방적인 한국 경제는 종종 세계 경제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실적 경고는 최근 미국 경제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장단기 국채)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과 맞먹는 파급력을 갖는다.
그런데 한국 경제에서 나빠진 건 삼성전자 실적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9년 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2월 수출물량지수는 127.76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하락했다. 수출물량지수가 하락한 건 작년 9월(-4.9%) 이후 처음이다. 지수 자체로는 2016년 2월 이후 3년 만에 최저치에 해당한다.
무역전쟁 여파로 반도체·석유제품 등 주력 품목 부진이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미치는 부수적 피해가 진짜 걱정거리다.
일본 역시 2월 수출은 전년대비 1.2% 감소하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일본은행(BOJ)은 양적완화 노력을 강화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6개월 전만 해도 BOJ는 양적완화를 점차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황이 예상의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대만과 싱가포르는 무역전쟁에서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힌다.
미중 간 무역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중국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철폐하지 않고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미국은 지난해부터 총 2,500억달러(약 282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무역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제프리 라이트 유라시아그룹 미국 담당 애널리스트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는 4월이나 5월 내지는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도쿄를 방문하는 6월 말에 무역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두 정상 모두 협상이 지연될수록 심각한 경기하강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