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 시추선을 배경으로 그려놓은 주식 차트

과거와 다른 종류의 디플레이션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인상 사이클을 중단했고,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일시적이라고 판단되지만 경기 둔화를 저지하기 하기 위해 통화정책 완화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연준과 ECB가 긴축 움직임과 거리를 두면서 주식과 상품 가격 하락은 멈췄지만, 주요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감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물가 상승에 대한 구매자의 반감에 의해 촉발된 색다른 디플레이션이라고 부르고 싶다. 기업들이 임금이 가장 많이 오른 분야에서 채용을 중단했음을 보여주는 2월 미국의 고용지표를 통해 이런 현상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매수자들이 높은 가격에 반발하는 주택시장과 무선 전기통신 서비스 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을 목격 중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무선통신 회사인 버라이즌의 주가가 4% 넘게 떨어졌다. 동종 기업인 티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으로 버라이즌이 지금의 가격 책정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버라이즌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술 변화와 시장 혼란, 그리고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로 통신 서비스 수요가 전반적으로 약화됐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일반 국채와 물가 연동 국채(TIPS) 간 수익률 격차를 나타내주면서 인플레이션 전망을 가늠하게 해주는 브레이크이븐 레이트(Breakeven inflation rate, 이하 BEI)가 상품 가격과 탈동조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래 차트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듯이 작년 말까지만 해도 미국, 독일, 일본의 BEI는 S&P/골드만삭스 상품 지수와 밀접하게 동조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데 이후 독일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모두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같은 데이터를 분산 그래프로 그려봤을 때 우리는 채권 시장 내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상품 가격이 전망해준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 내 커다란 검은색 점은 29일의 BEI다. 독일과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10년물 미국채 금리에서 10년물 물가연동국채금리를 뺀 10년 BEI가 추세선에 비해서 훨씬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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