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우 판빈빙은 세무당국의 탈세 조사 후 사과와 함께 거액의 추징금을 납부했다. (사진, AFP)

동서양을 막론하고 스타들의 스캔들은 뿌리 깊은 현상이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이면은 스타들의 스캔들로 얼룩져 있다. 하지만 스캔들은 스캔들일 뿐 영화나 TV 프로그램의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중국은 다르다. 출연 배우의 비행은 박스오피스 흥행에 독이 된다. 이런 이유를 들어 중국 CPPCC(Chinese People’s Political Consultative Conference)의 대표단 30명이 연예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연예인 블랙리스트 초안을 마련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제기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발생한 특급 스타 판빈빙의 탈세 스캔들과 관련이 있다.

블랙리스트 초안에 서명한 대표자 중 한명은 “스타의 스캔들을 예상하기 어렵고 스캔들이 터지면 투자자가 심각한 손실을 보게 된다. 다른 배우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에는 스캔들에 연루된 연예인의 비행이 기록된다. 과거와 미래의 비행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방식도 도입된다. 스캔들에 연루된 연예인이 업계의 징계와 사법당국의 처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법 제정이 추진될 수도 있다.

이 대표자는 이번 초안에 스캔들에 연루된 배우가 출연한 영화나 TV 프로그램의 상영이나 방영을 최장 6개월까지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중국의 영화계는 지난해 여름 판빈빙이 탈세 스캔들 조사 후 혼란에 빠져있다. 판빙빙은 탈세에 대한 사과와 함께 1억2800만 달러에 달하는 추징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판빙빙의 탈세 인정 후 다른 스타와 영화 제작사에 대한 조사 보도가 나왔고 17억 달러의 세금이 추징됐다. 배우 출연료에 한도를 두는 규정도 마련했다.

지난 18년간 중국 박스오피스 규모는 연간 8억630만 달러(9788억 원)에서 80억 달러(9조 752억 원)으로 성장했고 이런 영화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스타 배우들도 수퍼리치급의 부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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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연구기관 ASPI(Austrailian Strategic Policy Institue)의 퍼거스 라이언 사이버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부자가 되면 어느 정도 선까지는 그 부를 즐길 수 있으나, 선을 넘지 않도록 매우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그 선을 넘어서면 중국 공산당과 충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액션 스타 청룽은 논란 속에 이런 충돌을 피하기 위해 CPPCC의 품에 안겼다. 지난 2013년 그는 CPPPC 회원으로 지명됐다. 홍콩을 다독이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였다.

이로부터 1년 전 청룽은 “홍콩은 저항의 도시가 됐다”며 “시민들은 중국의 지도자들을 비난하고 모든 것에 대해 저항한다. 당국은 시민들이 저항할 수 있는 문제와 저항이 허용되지 않는 문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이 발언은 지난 2009년 하이난 영화제에서의 발언과 오버랩된다. 당시 그는 “자유를 갖는 것과 자유를 갖지 않는 것 중 어느 쪽이 나은지 모르겠다”며 “자유가 너무 많으면 혼란스러워진다. 타이완처럼 될 수 있다. 중국인은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소득 연예인들에 대한 압박은 개인적인 치부가 아닌 국가의 이익에 봉사하라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채텀하우스의 연구원인 로데릭 와이 전 베이징주재 영국 대사는 이런 견해를 밝히면서 “판빈빙처럼 알려진 인물을 조사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이) 던지는 메시지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중국 영화계에서는 스크린 밖에서의 부적절한 행동은 곧 종말이라는 원칙이 입증되고 있다. 중국 영화계는 할리우드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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