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서 소외된 아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일 나눈 전화 통화보다 어색했던 세계 정상 간 통화는 드물었을 것이다. 이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와 친해지기 위해 애써왔던 아베 총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난 뒤 며칠 지나 이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자신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말했으나, 아베 총리가 백악관의 요청으로 그렇게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베 총리는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일본 야당은 물론 주요 일간지도 사설을 내고 아베 총리를 비판했다.

이런 아베 총리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이번주 더 큰 곤혹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일본이 이번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소외돼 이른바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제1차 정상회담 때보다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회담을 앞두고 그동안 줄기차게 써왔던 ‘대북 압력’이라는 표현을 삼가는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철저히 배제시켰다.

이로 인해 이번 회담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해결과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라는 일본의 두 가지 핵심적인 요구들이 완전히 배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어색한 브로맨스’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높게 평가했고, 일본도 이를 고맙게 생각할 게 확실하다. 하지만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지는 못하고 일방적으로 좋은 것만 퍼주는, 한 마디로 ‘채찍’은 없이 ‘당근’만 주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사태의 패배, 러시아 스캔들 의혹 등 정치적으로 곤경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을 포함해서 세계무대에서 이룬 업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길 간절히 원하고 있어 그가 김 위원장에게 무엇을 내줄지 예측하기 불가능할 정도다.

자유세계의 어떤 지도자도 아베 총리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베 총리만큼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얻을 것이 많은 지도자도 거의 없다. 일본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고, 여러 가지 추문으로 그의 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 진전은 아베 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되살릴 수 있는 열쇠가 될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하노이로 초대함으로써 그가 보여준 충성심에 보답해줄 수도 있었다. 최소한 그가 김 위원장과 간단한 악수나 교류를 할 수 있게 해줄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제프 킹스턴 템플대학 도쿄 캠퍼스 아시아 연구 학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미국 대통령이란 게 놀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