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도쿄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1차 회의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가 회의에 참가한 12개 국가 장관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AFP/요미우리 신문

일본은 1990년 주식 가격과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수많은 기업과 은행이 도산하고, 이후 10년 넘게 0%대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소위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다. 일본 국민들은 거품 경제 후유증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이 트라우마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영국, 태국은 일본의 이 ‘잃어버린 10년’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반(反) 자유민주주의 모델이 최적이라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언론 자유, 시장 자유화, 금융 개방, 투명성을 중시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국가발전 모델은 신뢰성을 상실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표방하는 보호무역주의와 그의 독단적 성향은 ‘브랜드 아메리카’(Brand America)의 위신을 더욱 떨어뜨렸다.

그러나 권위주의 통치, 준(準) 시장 개방, 그리고 극단적인 검열이란 특징을 가진 중국의 국가발전 모델도 제조업보다는 혁신과 아이디어와 정보 흐름에 의해 주도되는 미래를 추구하려는 국가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경기가 둔화하면서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단행하며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은 성장 둔화 증세의 근본 원인을 찾기보다 그것을 부채와 생산을 늘려 치료하려고 함으로써 오늘날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초래하게 된 것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중국은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발표한 산업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를 통해 공급망을 재정비하려고 하고 있지만, 그것은 고립에 이르는 길이다. 즉, 중국도 현재 일본이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는 소위 ‘갈라파고스 신드롬’(Galapagos Syndrome, 다양한 기능 등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전자 제품들이 세계시장과는 단절된 상황을 설명하는 신조어)을 겪을 수 있다.

태국: 2014년 권력을 잡은 군부 정권은 지금 장기간 연기됐던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총선은 3월 24일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난 56개월 동안 이어져온 군부 통치로 인해 동남아시아 2대 경제국가인 태국도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게 확실하다.

육군 참모총장 출신인 프라윳 찬오차(Prayuth Chanocha) 총리는 2014년 정권을 잡은 이후국가 경쟁력 강화보다는 안정에 더 치중했다. 그는 속임수도 썼다. 그는 1972년부터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를 개발해서 국민 행복 실현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는 부탄의 사례를 모방해서 행복 지수’(Happiness Index)를 만들었는데, 국가기관들은 이 지수를 조작하기도 했다.

프라윳 총리가 교육에 대한 투자에도 그만큼 열성적이었다면 혁신 수준이 올라가고, 3.3%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태국 국민 수도 늘어날 수 있게 경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을 것이다. 작년 12월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는 태국을 경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로 선정했다. 상위 1%의 부자들이 국부(國富)의 67%를 소유하고 있다는 게 선정 이유다.

마찬가지로 걱정스러운 것은 군부가 총선 승리를 위해 정권을 잡으면서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던 포퓰리즘 정책을 다시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 일자가 다가옴에 따라, 그들은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가 했던 것처럼 시골 유권자들의 표를 사기 위해 돈을 살포하고 있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쿠데타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프라윳 총리가 2014년 권력을 장악하는 데 영향력을 미쳤다. 정책 표류와 만성적 자만으로 인해 태국은 일본과 같은 걱정스런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

영국: 현재 진행 중인 브렉시트 혼란이 일본 경제가 1980년대에 절정을 이루다가 급격히 쇠락하면서 겪은 혼란과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영국과 일본을 괴롭히는 정치세력들의 허영심이 섞인 편협함 사이에서 유사점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분명 일본도 영국처럼 한때 대외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던 섬나라다. 하지만 베를린에 본부를 둔 세계주의 연구소(Globalist Research Center)의 연구원 스테판 리히터(Stephan Richter)와 우베 보트(Uwe Bott)는 “영국의 브렉시트 파벌처럼 일본의 보수적 자유민주당 정부는 패권에 집착해온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영국인들은 그런 모습이 일본 경제의 더딘 성장 운명을 되살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6년 동안 애썼지만 일본은 다시 불황의 기로에 서 있다. 디플레이션 압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중국의 우세는 점점 더 커지고 있을 뿐이다. 일본이 성장을 위해 미국에 붙으면서 가장 중요한 경제 이웃인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상당히 소원해졌다. 이런 일본의 모습이 영국인들에게도 낯익을지 모른다.

리히터와 우베 연구원들은 “돈을 엄청나게 쏟아 붓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일본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나라를 개방해야 했다. 즉 그는 이민자들에 대한 문호를 더 개방했다. 그것이 영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물론 일본이 지난 30년 동안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완전히 고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올 수도 있다. 아베 총리의 경제팀은 구조 개혁보다는 통화와 재정 부양이란 낡은 방식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해왔다. 관료주의를 줄이고, 스타트업 붐을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약속은 엔화 약세와 공공근로 프로젝트 전략에 의해 밀려났다.

경제학자들이 올해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를지 궁금해 하고 있는 가운데 그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단서들을 일본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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