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올해 가장 중요하게 기록될 날은 언제일까? 베트남 민주화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올해 1월1일부터 시작되는 사이버보안법 시행이다. 베트남에서는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억압도 자행되고 있다. 이 법 시행으로 중국 공산당은 인터넷 검열에 대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베트남 재계에는 베트남을 포함한 11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인 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출범이 결정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일본과 캐나다, 호주 등 11개 가입국의 GDP를 합한 규모는 전세계 GDP의 1/10 이상이다, 가입국들간 교역에서 95%에 가까운 관세가 면제된다.

베트남의 주요 수출시장인 EU와의 FTA 체결 여부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정상적으로 추진된다면 내년에 발효될 것으로 보이나 일부 유럽 국가들이 베트남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예정보다 지연될 수도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여러가지 경제지표의 목표치를 제시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GDP 성장률 목표치를 6.6%-6.8%로 제시했다. 지난해 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물가와 실업률 목표치는 4% 밑으로 제시됐고, 빈곤률은 1-1.5%p 낮은 수준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가장 큰 도전은 GDP대비 외채 비율을 53%로 억제하는 일이다. 경제 분석가들은 신중한 정책 운용을 통해 베트남 정부가 이런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2월 3일 하노이에서 열린 베트남 공산당 정권 수립 기념식 공연. 사진:AFP

하지만 정치적적으로는 풀기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도시화의 진전과 중산층의 부상으로 사유재산권 인정 등 국민들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베트남은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시위를 경험했다. 수만명이 경제특구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이 베트남의 3개 경제특구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법안이 베트남 정부가 중국 정부의 베트남 주권 침해를 허용하는것이라는 추측은 올해에도 베트남 공산당에 정치적인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경제특구 관련 법안 반대 시위의 규모와 파장이 워낙 커 베트남 공산당은 이 법안 심사를 늦추기로 결정했다. 베트남 공산당은 올해 이 법안 통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법안 통과를 강행할 경우 지난해 보다 더 큰 저항에 부딪힐 게 뻔하다. 대중의 요구를 베트남 공산당이 얼마나 수용하느냐가 이 법안의 운명을 가르게 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경제특구 관련 법안 반대 시위를 지난해 가장 큰 정치적 사건으로 보고 있으나, 응우엔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쩐 당 꽝 주석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주석직을 겸직하도록 한 베트남 공산당의 결정을 더 큰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베트남 정치인은 1960년대 이후 겸직을 하지 않았다. 1960년대 이후의 베트남 정치 체제는 서열 4위까지의 직책을 각기 다른 인물들이 맡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쫑 서기장의 겸직을 허용하면서 베트남의 권력구조는 중국 공산당과 비슷해졌고, 쫑 서기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비슷한 지위를 누리게 됐다.

2018년 1월 응우옌 푸 쫑 중국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사진:AFP

이런 변화는 몇가지 의문을 남겼다. 쫑 서기장은 자신을 위해 권력 강화에 나섰을까? 쫑 서기장의 겸직은 수십년간 지속된 베트남의 권련 분산 원칙을 훼손했을까? 그의 겸직은 권력 집중에 대한 요구 보다 편인을 위한 일시적인 조치였을까?

올해 베트남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될 것이다. 지난해 베트남 의회는 5년 임기의 절반을 보냈다.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올해 열리고, 이 회의를 거쳐 2021년 열리는 당 대회에서 고위직에 진출할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과정이 시작된다.

현재 74세인 쫑 서기장은 나이를 감안할 때 2021년 사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베트남 공산당에게는 그의 후계자를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 될 전망이다.

디 라 창 페트로베트남 회장이 지난해 1월22일 하노이 법원에서 판결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쫑 서기장은 사적인 권력욕과 별개로 당의 생존에 집중했던 정치인이다. 그는 2016년 연임에 성공한 후 부패하고 무능하거나,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정치인에 대한 숙청을 필수적인 과제로 삼았다. 그의 부패 청산 노력은  2017년 절정에 달해 다수의 거물 정치인들이 투옥됐다. 디 라 창 페트로베트남 회장도 이때 부패 연루 혐의로 투옥됐다. 지난해에는 부패한 경찰과 군 지도자, 지방 정치인 등으로 부패 청산 작업이 확산됐다. 올해에도 이런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대규모 숙청이 이루어지는 않을 전망이다.

베트남에서 여론조사는 흔치 않다. 부분적으로 신뢰할 만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 국민들은 이런 부패 청산에 호의적이다. 지방정부와 행정기관 업무 수행에 대한 연례 조사 결과 2017년 부패에 대한 우려는 수년간 지속적으로 완화된 반면 빈부격차 확대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빈부격차 확대는 베트남 공산당 정부에게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경제는 올해에도 고속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투자가 늘고 있고, 베트남 시장에 대한 신뢰도 커지고 있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드물게 미중 무역 분쟁의 혜택을 보고 있는 나라다. 미중 무역 분쟁이 지속되거나 확대되면 베트남으로의 생산 기지 이전에 따른 수혜가 이어질 전망이다. 저임금에 의존하는 수출 주도형 경제로부터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달리 베트남은 기술 기반 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베트남 남성들이 하노이의 한 식당에서 사베코사의 사이공 맥주를 마시고 있다. 사진: 로이터

지난해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일은 국영기업이자 베트남 최대 맥주 생산업체인 사베코(Sabeco)사의 민영화다. 태국 기업이 48억4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배지분을 인수했다. 베트남의 주요 대기업이자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빈그룹은 올해 베트남 경제 사정을 가늠하게 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베트남 최초의 자동차 회사를 설립했고, 두달 후에는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베트남 공산당이 관련국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균형있게 유지하느냐도 올해의 관전 포인트다. 베트남은 자국에 우호적인 나라들과 균형있는 외교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 또는 미국과 러시아 등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 때문에 어려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관계 악화로 베트남은 외교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게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세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베트남을 핵심 동맹국으로 만들고 싶어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베트남의 주요 교역국이자 투자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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