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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자판기의 나라가 되었나?

일본에선 자판기를 설치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관리회사로부터 승인만 받으면 설치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일본은행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 (사진: AFP)

술력이 뛰어나고 규율을 중시하는 일본은 신뢰할 수 있는 자동화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걸로 유명하다. 그런데 일본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자동화의 한 형태가 자판기이다.

일본에서 자판기는 길거리나 전철역 등 어디서나 흔하게, 자주 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왜 이렇게 자판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일본에선 여전히 상품 구매에 동전이 상당히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1엔부터 500엔짜리까지 다양한 동전이 유통된다. 현금은 여전히 일본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활성화됐어도 그렇다. 기술 발전도가 높은 많은 국가에서 현금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일본과는 무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일본에서는 신용카드나 현금카드가 아니라 현찰 거래가 성행한다. 일본은 금리가 워낙 낮아 소비자들이 은행에 돈을 입금하지 않고 들고 있으려는 성향이 강한 것도 이처럼 현금 사용 빈도가 높은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서 정책금리를 제로 부근으로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일할 사람이 부족해 인건비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선 젊은이와 이민자 수가 부족하다. 따라서 업체 입장에선 자판기로 상품을 팔면 굳이 구하기도 힘든 판매사원을 비싼 돈을 들여 구하지 않아도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자판기를 점검하고, 부족한 상품을 채워주고 자판기에 모인 돈을 수거할 사람만 있으면 된다.

세 번째 이유는 일본에서는 가게 주인 같은 수동적인 직업이 인기가 없어서다. 질 좋은 직업훈련과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에선 전통 공예품이나 수제품을 파는 가게라면 몰라도 일상용품을 파는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소형 점포 수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일상용품 생산업체들은 생산한 물건을 오프라인 매장 대시 자판기를 통해 판매하려는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네 번째 이유는 일본의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캡슐 호텔이나 초소형 주택의 인기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은 세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나라다.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런 곳에서 저렴한 가격의 일상용품을 파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가는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힘들다.

다섯 번째 이유는 고객들이 자판기를 연중무휴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는 원하는 다양한 장소에 설치할 수 있고, 고객들은 일주일 내내 아무 때나 원할 때 자판기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서 먹거나 쓸 수 있다. 일본의 자판기에는 양초에서부터 맥주, , 크레이프, 뜨거운 수프, 담배까지 온갖 물건을 판다.

일본에선 자판기를 설치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관리회사로부터 승인만 받으면 설치할 수 있다. 일본의 낮은 범죄율과 높은 치안 유지율도 자판기의 인기를 돕는 데 한몫하고 있다. 시위나 절도 등으로 자판기가 파괴되거나 털릴 위험이 덜하다.

일본에서는 현재 550만 개가 넘는 자판기가 운영되고 있다. 23명당 1개꼴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 자판기의 연간 매출은 무려 600억 달러(72조 원)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본 칼럼 내용은 Asia Times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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