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참가자 중 일부는 잠시 베이루트 내 몇몇 주요 도로를 봉쇄하기도 했고, 일부는 타이어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이날 레바논 국기를 든 약 500명의 시위대가 베이루트 수도 중앙 ‘순교자 광장’에 모여서 의회 청사를 향해 행진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혁명, 혁명”이라고 외치기도 했고, “정부와 의회는 도둑들!”이라는 구호를 제창하기도 했다.
시위에 참가한 52세의 한 여성은 “밤낮 가릴 것 없이 먹고 살려고 일한다. 저들(정부와 의회) 때문에 우리는 굶주리고 있고, 저들이 우리로부터 훔쳐갔다”라고 주장했다.
레바논 의회는 7월 대규모 부채로 신음하는 경제를 구하기 위한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달러 부족 현상이 일어나면서 레바논 통화인 파운드(pound)의 평가절하와 물가 속등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현지 언론들은 은행과 환전소들이 금액을 정해놓고 달러를 환전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중앙은행 총재는 레바논이 외환보유고 위기를 겪고 있다는 설을 부정했다. 하지만 베이루트 시내 현금지급기(ATM)에서 달러를 인출하기가 아주 힘들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33세의 한 남성은 “생활비가 오른 게 정말 큰 문제다”라면서 “레바논 파운드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지고 있지만, 중앙은행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북부 해안도시인 트리폴리에서도 수십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 중 일부는 타이어에 불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에는 주유소 점주들이 은행들이 수입업자들에게 지불하기 위해 필요한 달러를 주지 않는다면서 시위를 벌였다. 다만 그들은 정부와 합의 끝에 다음 날 시위를 중단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된 정치적 혼란 속에 레바논의 경제는 고꾸라졌다. 레바논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50%가 넘는 약 860억 달러(약 103조 원)에 이른다. 이 부채의 80%는 레바논 중앙은행과 지역은행들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