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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을 경계하라

부동산 가격 거품은 전 세계 가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홍콩의 아파트 (사진: 아이스톡)

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폭동으로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력사태 규모는 물론이거니와 희생자 수도 몇 달 동안 이어진 홍콩의 민주화 시위 사망자 수를 넘어선다대중교통비 인상이 칠레 폭동의 발단이었다.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 법안인 송환법이 문제가 됐다.

홍콩과 산티아고만큼 다른 도시도 없다. 서로 정치적 공통점도 찾기 어렵다. 그러나 두 곳에 상당히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부동산 거품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서민들, 특히 젊은이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올랐다는 점이다.

아래 차트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칠레와 홍콩에서 모두 집값이 임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올랐다.


뉴욕타임스부터 독일의 디 웰트에 이르기까지 세계 주요 언론들은 칠레 폭동의 근본적 원인을 불평등에서 찾았다. 그것이 반드시 옳은 지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든 건 불평등이 아니라,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제대로 된생활 공간 속에서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가혹한 현실이다.

919워싱턴 포스트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논평을 실었다.

지난 수년 동안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예를 들어, 주요 상업 지역인 센트럴(Central)에서 지하철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신계 지역(New Territories)에 침실 1개짜리 공간의 매수 가격은 뉴욕 상류층이 사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에 있는 방 2개짜리 아파트와 같다.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5년간 48% 올랐다. 데모그라피아 국제 주택 구매 여력 보고서(Demographia International Housing Affordability)에 따르면 홍콩에서 집을 사려면 근 21년 동안 가구 수입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밴쿠버에서는 이 기간이 12.6, 런던에서는 8.3년이다. 임대도 감당하기 벅찬 건 마찬가지다. 홍콩 아파트 임대료는 샌프란시스코, 뉴욕, 취리히의 비슷한 크기의 집 임대료보다 높다.“

칠레 정부는 최저임금을 월 35만 페소(56만 원)로 인상했다. 칠레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795달러(93만 원) 정도다. 그런데 numbeo.com에 따르면 산티아고의 원룸 아파트(외곽의 원룸)의 월세는 399달러(47만 원). 산티아고 안쪽에 있는 방 3개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800달러(94만 원), 교외에 있는 같은 방 3개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669달러(78만 원). 홍콩과 마찬가지로 갓 취업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이 든 노동자 모두 이처럼 높은 집세를 내느라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 요금의 급격한 인상이 시위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집값은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올랐다. 홍콩과 산티아고는 그 정도가 가장 심한 사례에 속할 뿐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런 주택시장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마땅한 다른 자산시장의 부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이례적으로 낮게 유지했다. 20조 달러 규모의 국채가 현재 금융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고 있다. 특히 이렇게 오랫동안 이 정도 규모로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자산, 특히 부동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느슨한 통화정책은 생산력을 높여주는 자본자산에는 부동산 시장만큼 활력을 불어 넣어주지 못했다. 느슨한 통화정책이 이어진 지난 10년 동안 노동 생산성은 위축되어왔다. 부동산 가격이 임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른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자 부동산에는 그야말로 또 다른 자산 계층이자 통화완화 정책의 파도가 일으킨 거품이 끼게 됐다.


부동산 가격 거품은 전 세계 가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 사상 최고치였던 주택 소유율이 지금은 1960년대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북유럽에서는 중앙은행장들이 현재 부동산 가격에 낀 거품이 터질 경우 생길 수 있는 자산 붕괴 가능성에 대해 암암리에 경고하고 있다.

소득 재분배 정책은 산티아고나 홍콩 시위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불평등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나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기존의 부동산 자산 보유자에게 유리해진 부의 급진적 재분배다.

다시 말해서 문제의 근본 원인은, 노동의 한계생산성(다른 생산 요소의 투입량은 변화하지 않는 상태에서 어떤 생산 요소의 한 단위가 변화할 때 기업의 산출량에 미치는 효과)을 높이고 실질임금 상승을 뒷받침해줄 생산성 높은 자본 투자처의 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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