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한 사업가가 주차장 구입비로 무려 760만 홍콩달러(약 11억 4,000만 원)를 지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홍콩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빈부격차와 불평등 상황을 다시 드러내 줬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불만은 홍콩에서 5개월에 가까이 이어진 시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홍콩이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지만, 이곳 시만 5명 중 1명 가까이는 빈곤선(poverty line), 즉 최저한도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입만을 벌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일어난 격렬한 시위로 홍콩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지만, 조니 청순–이라는 사업가에는 그것이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가 낸 760만 홍콩달러는 홍콩 평균 연봉의 30배가 넘는 금액이다. 또 런던 첼시 지역의 원룸 아파트 가격과 비슷하다.
청 순–이씨가 산 주차장은 홍콩에서 5번째로 높은 고층 빌딩인 ‘더 센터(The Centre)’ 안에 있다. ‘더 센터’는 2017년 10월 홍콩 최고 갑부가 50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를 넘는 돈을 받고 매각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무실 건물로 알려지며 유명해졌다.
최근 몇 달 동안 이어진 홍콩 시위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홍콩 부동산 회사들의 주가는 폭락 중이다. 부동산 회사들은 신축 주택을 할인해 팔고 있고, 부동산 임대료도 깎아주느라 바쁘다.
올해 홍콩 경제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0-1.0%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센탈린 커머셜의 스탠리 푼 전무는 “‘더 센터’ 내 많은 소유주가 금융업이나 다른 고성장 산업 종사자들“이라면서 ”그렇게 재벌처럼 돈 많은 사람에겐 소유하고 있는 사무실 층 가격과 비교해보면 주차장 가격이 아주 비싼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의 높은 부동산 가격은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치솟으면서 일부 영세업자들은 하늘 높이 올라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고 있다. 또 집을 사거나 임대할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본토의 돈 많은 투자자와 개발자들이 몰려오면서 홍콩의 상업용 및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치솟았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는 범죄인 인도 법안인 송환법에 대한 분노와 정부와 경찰에 대한 증오가 발단이었지만, 전문가들은 심각한 빈부격차에 대한 분노가 시위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청 순–이씨가 새 주차장에 어떤 차를 주차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