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FP)

중국 인민은행은 16일 미국 달러화로 환산하면 280억 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3분기 GDP 성장률 발표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단행된 조치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6.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지난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이 정도 성장률이라도 달성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인민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투입은 3분기 GDP가 시장을 실망하게 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성장률 자체가 나쁘지 않다면 세부 지표에서 부정적인 징후가 드러날 수 있다.

중국은 올해 6%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월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 하락했다. 생산자물가 하락으로 소비자물가도 하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울한 경제뉴스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수출부터 산업생산, 구매관리자지수까지 모든 지표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얼마나 큰 타격을 받고 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지표는 중국의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다른 나라 지표보다 양호한 수준일 것이다. 일본과 싱가포르, 한국의 경기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주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자원 부국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호주 경제도 타격을 받고 있다. 호주는 25년 이상 경기침체 없이 지냈으나, 최근 급격한 경기 둔화 위험에 처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번 주 올해 호주 성장률을 지난해 2.7%에서 1.7%로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도 낙관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아시아 공급 체인에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우리가 아는 것 보다 심각하다면 인민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투입이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부정적인면에 대한 부인을 유지하는 게 중국으로서는 최선이다. 중국이 5%대 성장을 인정한다면 중국은 물론 뉴욕과 홍콩에 이르기까지 주요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중국은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에 우선 수위를 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중국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지방정부 채권 발행 승인에 나서는 등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이 쏟아져 나온다.

인민은행은 최근 몇 개월간 연준과 다른 나라 통화당국이 금리를 내릴 때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16일에는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렸다. 인민은행도 이제 경기 부양책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의 회사채 시장은 이런 인민은행의 대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디플트 리스크가 커졌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 표시 채권 상환 부담도 가중되고 해외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인민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강 인민은행 총재가 혼란스러운 사건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18일 발표되는 중국의 GDP는 몇 가지 커다란 단서를 보여줄 수 있다. 그 단서가 위안이 되는 단서는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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