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볼턴을 전격 경질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그의 위험 노출 정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가 외교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북한에 있을지 모른다.

서로 맞지 않았던 두 사람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이 주요 외교정책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말하기 위해 볼턴 전 보좌관을 경질할 필요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동안 볼턴 전 보좌관을 몽골로 보냈을 때 그는 이미 그만둬야 했던 게 분명했다. 대통령이 중대한 국가안보 책임을 수행하는 동안 국가안보보좌관에 중요도가 낮은 임무를 맡긴다는 건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이 볼턴 전 보좌관을 싫어한 건 확실하다. 그러나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싫어하고, 국무부도 싫어한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아니라 볼턴 전 보좌관이 경질됐다. 그래서 북한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볼턴 전 보좌관의 해임 이유로 볼 수 있다.

두 사람 사이에 가장 이견이 컸던 세 가지 외교정책 이슈는 1) 탈레반과의 협상, 2) 북한과의 협상, 3) 이달 말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었다.

협상을 원하는 트럼프, 협상을 반대하는 볼턴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 김정은 위원장, 로하니 대통령과 협상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는 볼턴 전 보좌관이 그의 그런 협상 노력을 방해하고 그의 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에 도전하면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장을 펼치려 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만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고, 해외에서 미군의 개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그는 주로 주변 상황과 자문관들에게 시달려 왔다. 그런데 그는 무엇보다 그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협상에 대해 그렇게 힘을 쏟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재선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선거 당시 수렁으로 빠져가던 한국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약을 내걸며 “제가 한국에 가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놓았고, 실제로 당선 후 전쟁 종결을 위해 한국에 가면서 방한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이 적절한 기회를 준다면 북한에 갈 준비가 돼 있다.

트럼프와 북한 

볼턴 전 보좌관이 해임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북한은 두 가지 일을 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말했고, 자신들이 약하거나 트럼프 대통령 및 미국과 협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강조하는 변화의 밑바탕에는 미국과의 화해와 비핵화를 향한 수용 가능한 절차를 찾으려는 강력한 욕구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은 한편으로는 남한과 중국의 불안을 우려한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고, 미국을 체제 안정의 보증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지정학적 우려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북한은 비핵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거 비핵화 시도는 국제적 당사국들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연관돼 있었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IAEA는 애당초 기댈 수 없는 곳이다. 과거 조사와 사찰 결과를 둘러싸고 나타난 양측의  대립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국제적 차원에서 쌍무 간 협정을 체결하려고 했을 때 북한은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가 개입했을 때 외교적·정치적·전략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

더구나 유엔을 개입시켰다간 무의미한 분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접근법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 모두가 일반적인 비핵화 약속을 구체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대화를 위한 메커니즘을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선 그것이 기술적 지식이 부족하고 북한이 걸림돌로 여기는 국무부가 아닌, 국방부, CIA, 에너지부가 기술적 협상자(에너지부는 핵무기 개발을 담당)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 탈레반, 그리고 이란 

북한은 그들의 군사, 정보, 과학 부처를 참여시켜야 할 것이다. 이 방식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에게 어필할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볼턴 전 보좌관의 경질을 감안했을 때 폼페이오 장관의 방해 강도는 그다지 강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다른 일’에 관여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일’이란 탈레반이 상호 휴전에 동의한다면(동의 없는 협상은 실패할 것이다) 탈레반과의 회담을 재개할 방법을 찾고, 이란을 포용하는 과정을 체계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은 특히 어렵고 민감한 임무다.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들인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스라엘은 미래의 이란 핵무기와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즉 ‘시아 초승달 지대’ 국가들에서 이란의 군사적·정치적 작전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어떠한 과정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경계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험한 외교정책

선거정치가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떠맡으려고 하면 위험해진다. 하원 일부 의원들은 그의 탄핵을 원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다가 실패할 수 있다. 특히 외교정책 면에서 그렇다. 그는 나약하고 혼란스러우며, 독재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해 보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많은 미군 병사들의 죽음 외에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지난 18년간 이어진 패전에서 본국으로의 철군도 그가 1차적으로 추진해야 할 목표 중 하나이다.

작고한 조지 아이켄(George Aiken·버몬트) 상원의원이 “승리를 선언하고 나가는 게 어떻겠소?”라고 했던 베트남전에 관한 유명한 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협상 대안으로 이와 비슷한 정책을 펼 수 있다.

그는 또 탈레반, 이란, 김 위원장과의 협상에 대한 볼턴 전 보좌관의 반대가 공화당 보수파와 광범한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 문제와 그 외 다른 모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가  그에겐 큰 숙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과의 협상을 추진하고, 쉽게 역효과를 낼 수 있는 탈레반과 이란 문제를 제쳐놓는 게 현명한 처사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