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AFP)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몇 주 내에 민주당이 하원 표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동의하는 공화당 의원이 늘어나지 않는 한 상원에서 탄핵 결의안이 부결되면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25일 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의 탄핵은 하원의 탄핵 조사 개시에 이어 탄핵 결의안 제출, 본회의 부의 여부에 대한 법사위의 결정, 하원의 과반수 찬성에 의한 의결, 상원의원 3분의 2 찬성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하원 의석수는 민주당이 235석으로 공화당의 199석보다 많지만, 상원 의석수에서는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으로 민주당이 열세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원조가 절실한 우크라이나에 군사원조 중단 카드로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혐의다.

통화가 이루어지기 1주일 전 트럼프 대통령은 4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계획을 보류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국금센터에 따르면 탄핵에 신중했던 펠로시 의장이 신속히 탄핵절차를 개시한 것은 혐의 내용이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원조를 정적에 대한 조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명백히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도 탄핵을 지지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젤린스키 대통령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검찰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을 기소하려 했으나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를 막았다는 얘기가 있다며 미국 법무장관과 협조해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단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하원 표결 가능성…닉슨 보다는 클린턴 사례와 같은 전개 가능성

국금센터에 따르면 해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일단 하원의 탄핵 표결로 이어질 소지가 있으나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렸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례와 같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탄핵 결의안은 상원에서 부결돼 탄핵을 면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은 후퇴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탄핵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몇 주 안에 하원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 표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상원에서 최종적으로 탄핵 결의안이 통과돼 트럼프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이번 사태가 10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 사례보다는 1998년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례와 같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린 닉슨은 하원의 탄핵 결의안 통과 후 사임했다. 반면에 1998년 공화당은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론이 강하지 않았으나 탄핵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폴리티코는 탄핵 결의안이 하원에서 당파적으로 처리되면 상원에서도 마찬가지로 당파적으로 처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 의원들만이 탄핵에 찬성한다면 하원에서는 민주당 의석수가 많아 탄핵 결의안이 통과되겠지만 상원에서는 공화당 의석수가 많아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폴리티코는 민주당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동조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늘어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여론이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국금센터는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탄핵정국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장 가시화되지는 않더라도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악화가 우려”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 확보 차원에서 탄핵에 관한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미중 무역분쟁 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할 우려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국금센터에 따르면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닉슨 전 대통령이 사임하기까지 약 15개월이 걸렸고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도 1년 이상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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