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남아시아 분쟁에 자주 쓰였으나 지금까지 필리핀에서는 생소했던 이 ‘무시무시한’ 전술이 필리핀 내 테러리즘의 양상을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가장 최근 일어난 공격은 이번 달 한 여성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가 오랫동안 반군의 공격과 테러에 시달려온 술루주 인다난(Indana)에 있는 군 검문소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시도한 것이다. 이 시도는 군인들에 의해 무산됐다. 필리핀에서 여성이 자살 폭탄 테러를 시도한 건 이 사건이 처음이다. 그녀는 손에 방아쇠 기계 장치를 든 채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단독 공격을 시도하다가 군인들에 의해 저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 당국은 체포한 여성이 필리핀에서 가장 악명 높은 IS 연계단체인 아부사야프그룹(ASG)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것으로 믿고 있다.
ASG의 지도자 하티브 하잔 사와드잔(Hatib Hajan Sawadjaan)은 동남아시아에서 IS의 차기 수장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안보 요원들은 그가 IS 최고 지도자들에게 지도자로서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자살 공격을 포함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 수 있는 테러 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역시 ASG 소속이었던 IS의 전 동남아시아 지도자인 이스닐론 하필론(Isninon Hapilon)은 2017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마라위(Marawi)에서 수개월 동안 포위되어 있다가 숨졌다. 아부 다르(Abu Dar)라고도 알려진 필리핀의 IS 지도자 베니토 마로홈브사르(Benito Marohombsar)도 교전 중 사망했다.
마라위에서 필리핀 정부군에 의해 패한 테러 조직원들은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한편 전문가들은 IS 연계단체들이 새로운 자살 공격이 그들이 강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인지, 아니면 반대로 약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달 일어난 여성 자살 공격까지 포함해서 올해 필리핀에서는 IS 연계단체가 총 세 차례의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1월 인도네시아 커플이 술루주 홀로(Jolo)에 있는 한 가톨릭 성당 안에서 일으킨 자살 공격으로 인해 23명이 숨지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6월 말에도 필리핀인을 포함한 두 명의 남성이 인다난(Indanan)의 한 군 캠프에서 자폭해서 7명이 사망했다.
필리핀 남부 지역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지하드(이슬람 성전) 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해 왔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자살 폭탄 테러 같은 극단적인 전술을 쓰진 않았다. 하지만 그들보다 극단적인 시각과 폭력적인 전략으로 무장한 IS가 필리핀으로 침투해 들어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2018년 7월 31일 IS 요원들이 필리핀에서 사상 처음으로 자살 폭탄 테러 작전을 벌였는데, 이때 술루주 바실란(Basilan) 외곽의 군 검문소에서 외국인 무장단체 용의자가 몬 승합차가 폭발하면서 어린이를 포함해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보다 불과 몇 달 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Surabaya)에선 4명의 10대를 포함한 한 인도네시아 가족이 3곳의 교회에서 동시다발적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13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
필리핀 관리들은 현재 전국 주요 도시를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에 대해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죽기로 작정한 사람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는 한 군인의 말처럼 아무리 대비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자살 폭탄 테러를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수 있다.
IS 연계단체들이 자살 폭탄 테러를 포함한 테러 전술을 강화하자 필리핀 정부는 특정 권리와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강력한 법을 포함한 극단적인 대응책 가동을 저울질하고 있다. (리처드 자바드 헤이다리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