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4일(미국 현지시간) 유엔총회를 건너뛰며 폭스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민주당의 탄핵 절차 착수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 가능성에 일단 선을 그었다.

로하니 대통령은 폭스뉴스 진행자 크리스 월러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 간) 상호 신뢰를 조성해야 하는데 신뢰를 저버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이란 핵 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깬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으로서는 최적의 시점에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공식적으로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몇 시간 후 인터뷰가 방송됐기 때문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간 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달 초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두 정상 간 회담을 금지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두 정상이 단순히 마주치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을 주기 위해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한다면, 계획이 있어야 하고 정상회담은 그 계획에 근거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조건을 만드는 것은 트럼프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리가 시작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선출이 유력시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에 대한 의혹을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는 게 탄핵 사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도 유엔총회 연설이 끝난 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났다. 이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을 만나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것을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으로서 탁월한 협상가라는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심어줬으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협상이나 북한과의 핵 협상, 아프가니스탄과의 협상 등에서 중요한 외교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 중 로하니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면 새로운 이란 핵 협상 타결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나섰다.

그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이란 핵 합의를 대체할 “트럼프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며 “더 나은 합의를 이끌 사람이 한 명 있는데, 그게 바로 미국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최대의 압박

올해 초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의 이란 제재를 회피할 금융 기구를 설립하려다 실패했다. 이들은 최근 미국과 페르시아만에서 벌어진 상황을 적절하게 활용해 양측의 협상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파적인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해임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공격,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보복에 나서지 않은 점 등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최대한의 압박 전략이 최고점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존슨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이란과의 국제 협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함한 지역 안보 문제뿐 아니라 핵 프로그램을 위한 장기적인 협상 틀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에 대해 개별적으로 조사를 벌였던 이들 3국은 “다른 설명은 없다”며 우회적으로 이란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걸프만 일대 주요국은 반이란 전선을 주도하는 사우디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과의 전투에서 사우디의 동맹이었던 아랍에미레이트는 후티 반군과의 전투를 피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의 걸프만 일대 “지역 안보계획”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새로운 이란 핵 합의를 위한 시간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으나, 흐름은 이란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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