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저녁 터키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에 대한 공격이 일어난 직후 열린 정상회담이라 3국 정상은 시리아 문제만을 논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여러 나라 전략 분석가들은 앙카라 회담에서 러시아와 터키가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이란 혁명수비대(IRGC) 병력을 시리아에서 철수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자 14일 IRGC가 사우디 원유시설에 대해 공격했다고 믿고 있다. IRGC가 터키와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반군을 겨냥해 수년 동안 이어온 유혈진압 작전 이후 체결될 시리아 병력 감축 협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번 공격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뉴욕 유엔 총회에서 미국·이란 정상회담 가능성을 무산시키는 것도 IRGC의 또 다른 목표였을 수 있다.
콰셈 술레이마니(Qasem Soleimani) IRGC 사령관은 이란뿐만 아니라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모집된 시아파 무장조직이 차지한 시리아에서 이란의 영구 주둔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사람이다. 러시아와 터키는 술레이마니 사령관의 이런 야심 찬 계획에 반대하며 이란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은 로하니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IRGC의 작전을 제한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IRGC의 무력시위였을 수 있다.
아직 사우디 원유시설에 대한 공격 주체가 누군지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번 공격이 이라크나 이란 남쪽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무인기와 순항미사일 공격으로 19곳이 피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떤 방공호도 이런 무기들과 교전을 시도했거나, 레이더가 충돌 전에 무기들을 탐지했다는 증거가 없다.
IRGC 항공우주 부문 책임자인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Amir Ali Hajizadeh) 준장은 1년 전에 이란 미사일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아프가니스탄의 기지에 주둔한 미군을 공격할 수 있다고 자신한 적이 있다. 그는 16일에도 똑같은 엄포를 되풀이했다.
이란 미사일이 실제로 미국(또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망을 마비시킬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란이 사우디 석유 인프라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능이 뛰어난 중국제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