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원연구소(WRI)가 15개 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물 위기가 심각할 정도로 과소평가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 진행되는 용수(用水) 공급 사업의 민영화 움직임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WRI가 연구한 15개 도시 중 12곳에서 물 공급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공급받는 물의 수질도 좋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TO)는 도시지역에서 안전한 식수를 얻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향후 5년 동안 약 1,410억 달러(약 17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WRI 연구는 부적절한 물과 위생으로 인한 전체 경제적 손실을 연간 2,600억 달러(약 315조 원)로 추산했다.
사람들이 파이프로 끌어온 식수를 구할 수 없을 때 지하수를 끌어다 쓰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환경 피해도 일어나고 있다.
WRI 보고서 필자인 다이애나 미트린(Diana Mitlin) 맨체스터 대학 교수는 “물 위기를 이해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이 기울여진 적이 없다”면서 “데이터를 살펴보면, 파이프가 있더라도 물이 없고, 물이 있어도 일주일에 3일, 그것도 3시간 정도씩으로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적절한 물 공급 부족이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하수 처리 시설 부족 내지 결여로 오염된 물이 파이프로 유입되는 광경도 목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 별도의 연구를 진행한 국제물관리연구소(International Water Management Institute)의 아디티 무케르지(Aditi Mukherji) 수석 연구원도 미트린 교수의 우려를 확인시켜줬다. 그는 “인도 도시의 물 위기는 더 이상 아직 폭발하지 않은 시한폭탄이 아니고, 이미 폭발해서 도시 빈민뿐만 아니라 중산층에도 끔찍한 피해를 준 시한폭탄이다”라고 주장했다.
걱정스러운 사실은, 전 세계 정책당국자들이 안전한 음용수(飮用水) 이용 수준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WRI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물 공급을 민영화하는 노력도 명백히 효과가 없었다. 1980년대 내내, 세계의 많은 지역이 민간 기업들을 압박해 도시 용수 공급을 늘리려고 애썼다. 그런데 조사 결과, 최저소득 가구는 상수도 시설과 연결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노력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인도의 유명 물 문제 전문가인 쉬리파드 다마디히카리(Shripad Dharmadhikari)는 “WRI 보고서는 민영화와 상수도 사업화 모두 국민의 필요, 특히 빈곤층과 소외계층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WRI 보고서는 “기후변화, 도시 인구 증가, 자연과 건축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자원이 급속히 고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가정이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을 더 쉽게 얻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급수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인도 서부 뭄바이와 파키스탄의 카라치 같은 도시들은 현재 대부분 민간 물탱크차가 실어 공급해주는 물을 사용하고 있다. 비교 결과, 뭄바이와 같은 도시에서는 이처럼 물탱크차가 공급해주는 물이 파이프 물보다 52배 더 비싸다. 카라치에서도 29배 더 비싸다.
글로벌 사우스의 도시들이 물 부족 문제에 시달리면서 이곳 시민들은 현재 경제, 건강 및 환경 관련 비용 부담과 씨름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