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배포자료)

일본의 3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도 한국의 반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되거나 감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체품 확보에 나선 정부와 업계의 발 빠른 대응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1일 Asia Times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으나 현재로서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거나 생산을 줄이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D램 감산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소재 확보 문제 때문이 아니라 D램 공급 초과에 따른 감산 조치였다.

지난달 31일 다른 업계 소식통도 Asia Times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내외에서 어느 정도 해결 방안을 찾은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1일 3개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OLED 패널 등의 필름 재료로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회로의 패턴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공정과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반도체기판 제작에 사용하는 포토 레지스트(감광제)를 한국에 수출할 때 매 건당 최대 90일이 걸리는 심사와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필요한 물량이 적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조만간 국산으로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칭가스는 이미 지난달부터 한국산 제품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업체의 설비 증설도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폴리이미드하고 불화수소는 어느 정도 이제 많이 안심을 해도 되는 그런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대체품을 확보해도 해도 단기적으로 양산 과정에서 수율이 떨어지거나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토 레지스트는 D램용이 아닌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 공정에 사용되는 제품에 대한 수출 규제만 강화됐다. EUV 공정은 회로선폭을 미세화하는 공정기술로 이 공정을 사용해 7나노급 이하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뿐이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용으로 EUV 공정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 후 두 차례 EUV용 포토 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일본 JSR이 벨기에에 세운 합작법인을 통해서도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입 물량을 확보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설립한 민관합동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반도체 핵심 소재 중 하나의 대체품을 5개국에서 발굴해 테스트 등 심층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센터는 어떤 소재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소재를 수입하는 기업의 애로가 접수돼 KOTRA를 통해 대체재를 찾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한국을 안보상 우호 국가로 우대하던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3개 대상 품목을 명시한 반면, 백색국가 배제 조치는 해당 제품에 관한 규정이 매우 포괄적이고 자의적이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백색국가 제외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11개 업종을 대상으로 파악한 바로는 아직 가동이 중단되거나 생산을 줄이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뿐 아니라 대한상의나 중견기업연합회 등도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 접수된 사례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직접 피해는 별로 없다“며 ”앞으로 수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업계에서 부품과 소재 재고를 많이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일본 기업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외에서 대체품을 찾는 등 수급 다변화도 당연히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핵심 부품과 소재, 장비 등의 대체 수입선 확보와 국산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대체 수입처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관련 품목을 수입할 때 24시간 상시통관지원체제를 가동하고, 서류제출 및 검사 선별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일본의 수출통제로 다른 나라에서 대체 물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할 경우 기존 관세를 40%P 내에서 낮춰 주는 할당관세도 적용된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대상 관련 물품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의 생산설비 신증설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제품개발에 필요한 화학물질 등의 인허가 기간이 대폭 줄어들고 직원의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된다. 재량근로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소재와 부품, 장비 분야의 기술개발과 실증 및 테스트 장비의 구축, 설비투자 자금지원 등 당장 필요한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해 예산 2700억 원이 추경예산에서 긴급 투입된다.

중장기적으로 주력산업의 공급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100여 개의 전략 핵심품목의 국산화를 위해 R&D 등에 매년 1조 원 이상이 지원되고 내년 예산에도 소재와 부품, 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예산이 대폭 증액된다. 정부는 자립화가 시급한 핵심 R&D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면제와 세액공제 등의 혜택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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