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자료들에 따르면 계속되는 사회 불안과 끝이 보이지 않는 혼란으로 홍콩 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몇 주간 이어진 대규모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홍콩 내 민간부문 경제활동이 위축됐다는 뜻이다.
사무엘 트세(Samuel Tse) DBS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일 연구보고서를 통해 “홍콩 경제가 대외 역풍에 시달리면서 경제 전망이 나빠졌고, 1분기 7% 증가했던 투자도 2분기에 10년 만에 가장 부진한 12.1% 감소했다”라고 지적했다.
트세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경제가 3분기에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일컫는 이른바 ‘기술적 침체(technical recession)’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홍콩의 올해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5%와 2%에서 각각 0%와 0.5%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또 미국이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한 결정이 홍콩 경제에 추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증시 조정과 수출 감소를 유발함으로써 소매판매 지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주 정부 발표에 따르면 홍콩의 6월 소매판매는 이미 전년동월대비로 6.7% 감소하면서,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교역 둔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명품 소비를 하러 홍콩으로 몰려오던 관광객 수가 줄어든 게 지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레스퍼랜스는 그의 부자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로 ‘싱가포르’를 들었다. 그는 “홍콩의 많은 가족이 수십 년 내지 심지어 수 세대 동안 싱가포르에서 은행, 비즈니스, 법률, 회계 관계를 맺고 있다”라면서 “홍콩 사회가 불안해지면 싱가포르로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제투자회사인 알밍톤 자본투자금융회사(Almington Capital Merchant Bankers) 사장인 존 엥글(John Engle) 역시 “홍콩 경제가 최근 일어난 시위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가운데 지난 몇 달 동안 높아졌던 자본유출 우려가 최근 더 심각해졌다”라면서 싱가포르가 홍콩에서 일어난 자본유출과 기업 이전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경제와 치안이 안정적이고, 세금이 낮고, 지리적으로 아시아 주요국 시장과 인접해 있는 점들을 싱가포르가 홍콩의 다국적 회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장점으로 꼽았다.
보도에 따르면 슈퍼리치보다 1,000만~2,000만 달러(약 120억~240억 원)의 재산을 가진 홍콩인들이 홍콩의 정치적 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을 걱정하며 홍콩 외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레스퍼랜스는 “홍콩이 예전에 누렸던 경제적 번영을 더는 누리지 못할까 봐 두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