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AFP)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잇따르면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광범위한 통화정책 완화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8년 이후 발생한 유럽재정위기나 신흥국 불안 등은 국지적인 현상에 그쳤으나, 최근 경기둔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2008년 이후 금리 인하 대열에 참여하는 나라가 가장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에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회의 발언에 시장이 실망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연준이 추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대처럼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나온 보고서를 통해 ”올해 들어 전 세계 주요 30개국 중 17개국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정책금리를 인하했고 7월 이후에만 15개국이 인하했다“며 ”7월 이후 경기둔화 대응을 위해 미국 등 주요국들의 정책금리 인하가 확산“하고 있고 향후 유로존 등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08년 이후 가장 광범위한 완화 사이클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7월31일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7-8월 중 브라질과 한국, 호주 태국, 인도, 멕시코, 인도네시아, 필리핀, 러시아, 터키, 사우디, 남아공, UAE, 중국이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중국은 이달 20일 우대대출금리를 개편하면서 1년 만기 대출금리를 4.35%에서 4.25%로 인하했다.

인도는 올해 들어 한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5.4%로 110p 인하했고 호주와 러시아, 필리핀은 각각 두 차례에 걸쳐 50bp 인하했다.

국금센터는 전세계 GDP의 90%를 차지하는 30개 주요국 중 2011-12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14개국이 금리를 인하했으나, 현재는 16개국이 인하한 상태라며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을 홀로 이끌었던 미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전 세계적인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에 동참하는 나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파월의 원론적 발언…그래도 연준 금리 인하 전망 지배적

파월 의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경기 확장을 위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세계 경기둔화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박희찬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연준 내에서 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어 매우 적극적으로 보폭을 넓힌다든지 그런 얘기를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에 시장이 두세 차례 추가 인하를 전망해 왔고, 이번 발언은 금리 인하 이후에 나온 파월 의장의 발언과 달라진 게 없어 추가적인 금리 인하 전망에도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로레트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가 현재와 같은 성장 속도를 보인다면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파월 의장의 신중한 발언은 미국 경기둔화가 수요 부족이 아니라 무역분쟁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서 유동성을 늘리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라며 ”타당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따라서 ”당장 쓸 수 있는 건 통화정책뿐이지만 재정정책과의 공조도 필요하고 무역분쟁을 해소하려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이 전문가는 ”7월 금리 인하 후 파월 의장이 ’mid-cycle adjustment’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당시 인하가 일회성은 아니다”며 “시장은 여전히 2-3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도래한 통화정책 완화 사이클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금센터는 주요국의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고 부채 증가 등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금센터는 2008-2018년 중 정책금리 최저치 대비 현재 수준이 100bp 이상을 보이면서 큰 폭의 인하 여력이 있는 나라는 주요 30개 국중 15개국에 불과하고 선진국은 미국(200bp)과 캐나다(150bp)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 세계 GDP대비 비금융부문 부채 비중이 2008년말 201%에서 2018년말 237%로 높아졌고 마이너스 금리가 등장하면서 금융기관의 자금 운용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산시장 왜곡, 채권시장 버블 등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국금센터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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