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난 4월 19일 썼던 기사에서 했던 주장이다. 한국시간 1일 새벽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bp 내렸지만 미국 증시는 아래로 고꾸라졌다. 주요 지수들은 4월 19일 종가 부근에서 거래를 마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이날 금리 인하가 장기적인 완화 사이클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추가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자 증시의 매도 강도는 강해졌다. 필자가 보기에 향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믿고 있건 믿지 않고 있건 간에 파월 의장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게 옳았던 것 같다. 중앙은행장들은 최소 몇 장의 정책 카드를 숨기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준의 이날 금리 인하는 예상했던 재료이기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은 증시를 올려줄 어떤 새로운 정보도 얻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시장 참가자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을 재차 곱씹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기분 나쁜 숙취나 다름이 없는 찝찝한 느낌이 아닐 수 없다.
왜 그럴까? 미국 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S&P500에 편입된 기업들은 저렴하게 돈을 빌려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자사 주식을 되사는 ‘바이백’을 하고 있다. S&P500 기업들은 평균 EBITDA(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용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의 75%에 맞먹는 돈을 배당금과 바이백을 통해서 주주들에게 되돌려줬다.
이날 연준 발표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주식들은 2% 가까이 떨어진 소비재주 관련주들이다. 쿠어스, 콜게이트 파몰리브, 필립스 같은 고배당주들은 3% 이상 하락했다. 코카콜라도 2% 정도 빠졌다. 과거 금리가 내리면 안정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을 띠는 고배당주인 소비재주는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코카콜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5배까지 뛰어올랐다. 1년 전에는 20배 정도였고, 2015년에는 불과 15배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 회사의 PER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제는, 코카콜라가 지난해 이익의 100%가 넘는 배당금을 지불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7월 24일 쓴 글에서 주주들에게 돈을 뿌리기 위해서 레버리지(차입)를 대폭 늘리는 게 증시에 곧 닥쳐올 ‘폭풍 경보’와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8개월 동안 연준이 다소 긴축적이던 모습에서 벗어나 경기수용적으로 바뀌면서 이런 투자 전략이 유효했다. 하지만 “영원히 지속될 능력이 안 되면 그렇게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말이 옳다. 미국 상무부 자료 등을 보면 미국 기업들의 EBITDA는 지난 7년 동안 줄곧 하락해왔다. 기업들은 한 마디로 ‘닭고기를 덜 넣고도 더 많은 수프를 만드는 법’을 배워왔다.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에서 대체 식품을 찾지 못했을 때 그런 수프를 맛있다고 먹어댔다. 하지만 오늘 연준 회의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기업들이 어중간한 실적을 그럴듯하게 포장해봤자 증시를 영원히 지지해줄 수 없다는 걸 경고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