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아이스톡)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WTO 제소를 비롯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예고한 셈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냉각기를 거친 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고순도불화수소, 반도체 기판 제작에 사용되는 리지스트를 한국에 수출할 때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양국간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상황점검회의 모두 발언에서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는 대법원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이라며 “수출제한 조치는 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될 뿐만 아니라 지난주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개최한 G20 정상회의 선언문의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 환경을 구축하고 시장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 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녹실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정승일 산업부 차관 주재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긴급 현안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당장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중단시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도 생산 차질이 우려 속에서 사태 파악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지만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산업 피해 우려…”외교적 해결이 최선“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3개 소재는 OLED와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소재로 일본 업체들이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9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의 일본 제품 의존도도 매우 높다. 업계는 현재 반도체 재고가 많이 쌓여 있는 가운데 재고도 어느 정도 확보해 놓고 있어 당장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일본이 수출을 금지한 게 아니라 90일 가량 걸리는 수출 심사를 받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재고 소진 후에도 생산이 가능할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화수소는 국내 생산이 가능해 일본 제품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덜한데, 리지스트는 일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90%에 달한다“며 ”국산화가 가능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재고가 소진되고 적기에 수입을 못 하게 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업계가 확보한 재고 물량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3개월분보다는 적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심사를 미루거나 지연시킬 경우 8-9월 경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일단 WTO 제소를 언급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내 비쳤지만 실제 제소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 대 강 대치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Asia Times와의 전화통화에서 ”WTO에 제소할 수도 있지만,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상황을 지켜본 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게 최선“이라며 ”악화한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일본의 이번 조치를 부품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을 추진해 왔다며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한국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앞당겨 결국 일본 기업들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가 메모리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를 불러와 반도체 가격을 반등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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