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FP)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일본의 무역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경제계의 긴밀한 소통과 함께 필요시 비상대응체제 구축을 검토하는 한편,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일본의 무역 제재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최근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상호 호혜적인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례 없는 비상한 상황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며 “상황의 진전에 따라서는 민관이 함께하는 비상대응체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청와대와 관련부처 모두가 나서 상황변화에 따른 해당 기업들의 애로를 직접 듣고, 해결방안을 함께 논의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도 차분하게 노력”하겠다며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의 기업들에게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 철회와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제조업 발전을 위해 “정부는 부품·소재·장비산업 육성을 국가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예산·세제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기업을 지원”하겠다며 “기업들도 기술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부품 소재 업체들과 상생 협력을 통해 대외의존형 산업구조에서 탈피하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번 조치가 아직은 위협 수준이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21일 열리는 참의원 선거 이후 정부가 외교적 해법 모색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실시된 KBS ‘일요진단 라이브’의 여론조사에서는 WTO 제소 등 국제법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는 외교적 노력을 통한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변했고 일본과 동일한 경제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29%나 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고순도불화수소, 반도체 기판 제작에 사용되는 리지스트를 한국에 수출할 때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양국 간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3개 소재는 OLED와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소재로 일본 업체들이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9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의 일본 제품 의존도도 매우 높다.

산업연구원의 김양팽 연구원은 Asia Times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경고성 메시지“라며 ”90일 이내에 협상을 잘하면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이미 전략물자에 대해 규제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었고, 수출 승인에 최대 90일이 걸린다. 지금까지 적용하지 않던 대한국 수출품에 앞으로 이런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승인을 최대한 지연시키거나 승인을 거부해야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정부는 WTO 제소와 외교적 해법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주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청와대도 “WTO 제소는 물론 자유무역주의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주요국에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정한 3개 품목을 포함해 반도체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를 최댄 기간 내에 이룰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기로 하고 국회에서 추경 예산안 심의가 시작되면 필요 예산을 추경에 반영하기로 했다.

WTO 제재 외에 반도체와 일본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의 보복 조치도 거론되고 있으나, 이런 조치를 하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격화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Asia Times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말할 수는 없다”며 “강온 양면의 모든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외교적인 해결에 나선다면 그 시기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열리는 21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국회 차원에서의 외교적인 노력도 21일 이후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

여당의 한 의원은 “현재로서는 참의원 선거 때문에 국회가 움직이려 해도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며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통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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