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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로 어려워진 경제 속 일확천금 꿈꾸는 이란인들, 그리고 그들을 노리는 사기꾼들

미국의 제재로 경제 사정이 악화되자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란인들과 그들을 노리는 사기꾼들이 같이 늘어나고 있다.
7월 3일 테헤란에서 한 이란 여성이 귀금속상에 전시된 보석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AFP)
국의 제재로 이란 경제가 무너지자 사기꾼들이 국영방송 게임쇼의 인기를 이용해 중산층을 속여 돈을 뜯어내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카스피해 북부 해안도시 라슈트에 살고 있는 30세의 컴퓨터 엔지니어인 이만 파드 씨도 그런 사기를 당할 뻔했다. 모든 건 처음 보는 전화번호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됐다.    

오후 9시경에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테헤란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걸었다면서 내가 이란 정보통신기술부가 선정한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휴대전화 사용자 14명 중 1명으로 뽑혔으니 5,000만 리알(54만 원)의 상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내가 휴대전화를 심하게 사용하지 않고, 잦은 통화를 하지도 않고, 문자나 멀티미디어 메시지를 과도하게 보내지 않아서 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그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한다는 사람과 생방송으로 수상 소감에 대한  인터뷰도 했다.”

현재 이란에는 이런 식의 경연과 수상 프로그램이 워낙 많기 때문에 파드씨는 이 전화를 받고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인터뷰 뒤 이란국영방송(IRIB) 대표란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서 내가 상금을 받으려면 ATM으로 가서 자기 말대로 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저녁 930분인데도 급하게 옷을 차려입고, 집 근처에 있는 ATM으로 달려갔다. 그 대표란 사람은 내게 몇 가지 행동을 지시한 다음에 내 은행 계좌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내게 은행 계좌 잔액의 일부를 자신이 알려준 계좌번호로 이체하라고 시켰다. 내가 그에게 그것이 무슨 계좌번호인지 묻자, 그는 내게 걱정하지 말라면서 상금을 내 계좌에 입금해주려면 거쳐야 하는 절차일 뿐이라고 말해줬다.”

파드씨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사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파드씨가 그 대표란 사람에게 상금이 필요 없다고 하자 그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파드씨가 다시 발신 전화번호로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이 없었다.

엔터테인먼트 방송 독점하며 온갖 경연 대회 열며 돈을 보는 이란 국영방송 

지난 2년 동안 미국이 대()이란 압박을 강화하면서, IRIB는 엔터테인먼트 방송을 독점해 왔다. 이란에는 민영 TV나 라디오 방송국이 없고, 위성방송 수신에 대한 단속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IRIB가 사실상 언론도 장악하고 있다.

인기 있는 많은 국영 TV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기억하기 쉬운 전화번호로 특정 키워드나 숫자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방송국에 보내 참가하는, 소위  문자를 빨리 보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진행한다. 수천 명, 내지 수백만 명이 이런  게임에 참가하는데, 그들 중 현금이나 다른 고가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당첨자로 뽑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게임 방식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많은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이 단문 메시지 전송 외에도 이른바 USSD(Unstructured Supplementary Service Data)라는 기능 코드로 전화를 걸어 설문 조사, 예측 및 여론조사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상을 타기를 바라면서, 그런 이벤트에 참가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실제로 상을 받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상을 받기 위한 경쟁은 늘 상당히 치열하다.

예를 들어, 19998월부터 20193월까지 이란 TV 채널 3에서 방영되며 널리 인기를 끈 주간 TV 축구 프로그램인 나바드(Navad)가 실시한 SMS 여론조사에는 보통 200만 명이 참여했다. 이는 시청자들의 문자 시지 전송이나 USSD 서비스 이용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는 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뜻이 된다.

안드로이드와 iOS 플랫폼에서 동작하는 인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루비카(Rubika) 개발자들은 IRIB와 손을 잡고 여론조사, 일반조사, 그리고 경연 진행을 맡으면서 무려 79개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후원해왔다.

루비카는 이란 최대 통신사업자인 MTCI(Mobile Telecommunication Company of Iran)가 일부 지분을 소유한 투스카(Tooska)라는 회사가 개발한 것인데, 투스카는 IRIB와 약 2,700만 달러(32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려운 경제 속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란인들

그런데 이란 국민들, 특히 그중에서도 중산층이 미국의 가혹한 제재로 인해 구매력이 떨어지자 그들 중 다수가 최대한 많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대회에 참가해서 큰돈을 벌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식의 국가 지원 대회가 널리 퍼지면서, 사기 대회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은행,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지하조직과 사기꾼들이 그런 사기를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가끔 현지 언론에는 은행 계좌 정보로 큰돈을 잃었다고 이란 사이버 경찰에 신고한 사람의 안타까운 사연이 등장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사기 피해자 수가 몇 명인지에 대한 확인된 통계는 없다.

사기꾼들은 피해자들에게 ATM으로 가라고 한 뒤,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거나, 혹은 더 큰 상금이 그들 계좌에 입금될 수 있도록 명목상의 금액을 먼저 자신들에게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미국의 제재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이란인들은 텔레비전 쇼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주겠다는 상금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사기꾼들의 목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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