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인근 중국 광둥성에서 폭력 진압 훈련을 받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 (사진: AFP)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지 7주가 지난 후 중국 정부가 군대 파견 가능성을 언급하자 중국 정부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과격 시위대의 중국 정부 중앙연락사무소 파괴 행위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일국양제” 원칙에 대한 모욕이라며 홍콩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중국 인민해방군 출동 가능성에 대해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홍콩 주둔 부대에 관한 법조문에 군대 출동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다며 공공질서 유지와 재해 지원을 위해 홍콩 당국이 홍콩 주둔 중국군의 원조를 요청할 수 있고 중국 정부는 홍콩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군을 파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방부도 24일 브리핑에서 독립반대 시위대의 향후 폭력시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주둔지 법(Garrison Law) 14조에 명확한 규정이 있다”며 이런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주말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정된 가운데 무력 진압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이 불길한 발언이 홍콩 시민들을 긴장시켰다.

2019년 7월 21일 홍콩 연락사무소 외벽의 낙서 (사진: AFP)

데이빗 레스퍼런스 국제 조세와 이민 컨설턴트는 “중국 국방부가 홍콩에서 인민해방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의지를 전한 것은 분명 나의 비즈니스 고객들에게 충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Asia Times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의 현지 및 외국 기업인들에게 이것은 황소 앞에서 붉은 깃발을 흔드는 것처럼 상황이 훨씬 악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혼란기 때 가장 낙관적이었던 사람들조차 이제는 군사 개입에 대한 비상 계획을 세우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새로운 천안문 대학살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의 고객들은 예방적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관리들은 우첸의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홍콩 행정수반 의전실의 에릭 찬 실장은 인민해방군에 도움을 청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시위의 양상이 폭력화한다면 이런 상황이 홍콩 당국의 이런 입장이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7월 19일, 경찰이 한 창고를 급습해 고출력 폭발물과 휘발유 폭탄 등을 대량으로 압수했을 때 시위의 폭력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홍콩의 독립을 지지하는 단체와 관련이 있는 세 명의 20대 남성이 방화 장치와의 관련 혐의로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또 최근 흰 옷을 입고 복면을 한 사람들이 시위대에 쇠 막대와 대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는 폭력적인 장면을 보면 긴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7월 21일 홍콩 위엔 롱역에서 흰 옷을 입고 복면을 한 남성들이 시위대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 트위터)

홍콩 북서쪽 위엔롱의 한 지하철역에서 폭력조직과 연계된 혐의를 받는 남성 100여 명이 두 차례에 걸쳐 시위대를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45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부상자 중에는 기자와 행인도 포함됐다.

이들이 시위대를 공격할 때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중국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활동가들과 의원들은 사법당국이 의도적으로 폭력을 묵인하거나, 이들과 결탁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스티븐 로 경찰청장은 22일 시위대를 공격한 남성들과의 관련성을 격력하게 부인하고, 유착이 의심된다는 비난에 대해 ”모욕적”이라고 반박했다..

캐리 람 행정수반도 홍콩 자치정부가 폭도들과 결탁했다는 의혹은 “근거가 없다”며 그런 주장은 “행정부를 약화시키고 우리가 도시를 통치하는 것을 어렵게 하려고”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대를 공격한 남성들이 시위대에 공포를 불러일으켜 시위 참가를 위축시키기 위해 고용됐다는 의혹이 무성하다. 경찰의 늑장 대응은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홍콩에서 시위대에 경찰이 체루액을 살포하는 것이 목격됐다. (사진: AFP)

시위대의 폭력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친중 단체인 ”침묵하는 다수(the Silent Majority)“의 회원이나 HKLEF(Hong Kong Legal Exchange Foundation)의 회장인 로렌스 마는 ”시위가 너무 멀리 갔다. 시위대가 폭력과 재물 파괴로 흐르고 있다. 합법적으로 시작한 시위가 불법적인 행위로 변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가 ”중국 정부의 인내심의 한계“를 건드렸다고 말했다.

CUHK(City University of Hong Kong)의 스티븐 오트만 조교수는 ”시위는 중국 본토로부터 분리된 홍콩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시위대는 시위를 격화하고 정치적 구호와 함께 재물을 파손하는 한편, 경찰에 도발하고 있다“며 ”홍콩 정부가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는 중국 정부의 개입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전략”이라며 ”홍콩의 독창성을 파괴하고 홍콩 경제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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