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핵무기 얘기가 나왔던 때는 지난 1957년 베스트셀러 소설 '온더 비치'가 출간됐을 때다. (이미지: Recorded Books LL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팽창주의 사이에서 호주의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다.

흔들리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와 호전성을 더해가는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호주에서 군사 전략가들이 조심스럽게 핵무기 개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호주는 오랫동안 안보에 대해 우려하지 않았다. 100년에 가깝게 유지된 미국과의 동맹 관계가 안보를 보장했고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대한 광물 수출로 28년간 경기침체를 겪지 않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국에 관한 관심이 제한적인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남태평양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호주의 국가 안보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의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군사 전략가 말콤 데이비스는 “호주는 지금까지 군사 전략적인 어려움에 처한 적이 없으나, 지금은 최전선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고려하면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려는 신중한 외교를 펼쳐왔다. 하지만 전 호주 총리 보좌관을 지낸 군사분석가 휴 화이트는 호주가 이제 보다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

이달에 출간된 그의 저서 ‘어떻게 호주를 방어할까’는 핵무기 개발에 대한 논란을 촉발했다. 그는 “아시아에서의 전략적 대전환”을 언급하며 “핵무기 보유 주장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더 분명하지 않다. 새로운 아시아에서 핵 포기의 전략적 비용이 앞으로 현재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한된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며 주변국들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광활한 영토를 재래식 무기만으로 호주가 단독으로 방어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화이트는 미국 정부의 확실한 보장이 없다면 중국의 핵 공격 위협만으로도 재래식 전쟁에서 호주의 항복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핵 보유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안보 리스크는 크지 않은 가운데, 우방인 미국이 버티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은 반세기 동안 이어진 정책이 트위터 한 번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호주를 둘러싼 안보 여건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 작성된 안보 보고서는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벌여도 호주는 표적이 되지 않으리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호주의 관심 영역인 남중국해와 남태평양 지역이 지정학적으로 뜨거운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호주의 선박이 공해상에서도 중국 인민해방군의 견제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해군 작전에 투입된 호주 해군 헬기 조종사들에게 레이저를 발사해 강제로 착륙시킨 일도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남태평양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주목하는 지역에서 호주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화이트의 핵 보유 주장이 실현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불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로우이 연구소(Lowy Institute)의 샘 로게비엔 연구원은 “호주 안보정책에 대한 초당적인 합의의 결과는 화이트의 입장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역할 축소에 대한 화이트의 견해가 “냉정한 분석을 토대로 이루어졌다”며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화이트의 견해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세계와 자국 안보에 대한 호주의 관심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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