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600억 달러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대응을 천명한 이상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원하는 대로 전쟁을 끝내기까지 장시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미국 경제는 그가 인정하고 싶은 수준 이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의 상당량은 사실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만든 제품‘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가 사실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나 마찬가지다. 인프라가 무너지고, 빈곤층과 노숙자는 늘어나고,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세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 미국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역전쟁이다.
글로벌 경제가 받는 충격
트레이드파트너십월드와이드(TPW)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면 3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37% 감소하고, 93만 4,7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질가족소득이 매년 767달러(약 90만 5,000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다면 미국 경제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TPW는 미국의 GDP는 1% 이상 줄어들고,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실질가족소득은 매년 2,300달러(271만 7,000원) 넘게 쪼그라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전쟁은 미국과 중국 경제뿐 아니라 미국이 주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글로벌 공급망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국가들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가 한 가장 어리석은 결정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가장 어리석은 결정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통신 제품 판매를 금지하고, 미국 기술기업들이 중국기업들에 제품을 팔지 못하게 막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과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 생태계가 받는 타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핀란드 노키아와 스웨덴 에릭손 등 서양의 5세대(5G) 아키텍처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일부 부품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다. 아울러 이 두 스칸디나비아 기업은 무역전쟁이 격화됨에 따라 중국에서 상당한 사업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금융 서비스 회사인 제프리스의 에디슨 리에 따르면 양사는 중국에서 최대 15%의 사업을 잃을 거로 추정된다. 무역과 기술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중국 통신기업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은 화웨이나 ZTE 등 자국 기업들과 계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미국 기술기업일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매출의 25% 이상을 올리는 중국 시장을 잃을지 모른다.
매출의 60% 이상을 중국에서 올리는 반도체 제조업체인 퀄컴은 향후 5년간 56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다. 지난달 CNN은 “화웨이는 2018년에만 10개 미국 기업으로부터 110억 달러어치의 제품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불 보듯 뻔한 미중 기업들의 피해
무엇보다 기술전쟁이 글로벌 통신 공급망을 붕괴시킬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서양의 스마트폰과 다른 통신장비들의 많은 부품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이상, 적어도 단기적으로라도 한국, 미국, 유럽, 일본 기업들이 받을 피해는 불가피하다.
물론 중국 기술기업들도 단기적으로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 구글은 화웨이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지원을 중단했다.
하지만 많은 분석가는 화웨이가 기술전쟁을 이겨낼 충분한 재원을 가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화웨이의 직원 15만여 명 중 절반 가까이가 연구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또 화웨이가 연구개발에만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는 이상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스마트폰용 반도체와 기타 부품을 자급자족할 수 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어겼고, 화웨이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미국엔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불공정‘ 무역 관행의 모든 혐의를 중국에 뒤집어씌우거나, 중국 정부가 기술기업들을 ’동원해‘ 미국을 감시하게 했다는 주장을 하는 건 중국과의 싸움에 대한 국내의 지지를 얻기 위해 미국이 한 잘못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전면적인 경제나 심지어 군사전쟁에 의지하지 않고선 동맹국의 도움을 받더라도 미국이 중국을 굴복시키기에는 시간상 너무 늦었다. 그런데 그런 전쟁은 미국 내 대중국 매파들조차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과거와 달리 미국과 중국 경제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양국 모두 상호 확증적 파괴를 가할 만큼 충분한 경제력 및 군사력을 가진 핵보유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필요하게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무역전쟁을 당장 끝내야 한다.
* 본 칼럼 내용은 ASIA TIMES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