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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공동의 적’ 서방국가에 맞선 중·러의 관계

서방국가들에 대한 적대감이 무역, 기술, 인프라,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
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양국 간 관계는 최고조에 달했다. 

 

시 주석은 중·러 수교 70주 년을 축하하기 위한 3일간의 국빈 방문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라고 부르면서, 두 사람이 지난 6년 동안 거의 30차례 만났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또한 “우리 두 정상의 관계를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소련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직후 중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었다. 소련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중국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지원하면서 장비와 숙련된 노동력을 제공해줬고, 두 이웃 국가는 전 세계 공산주의 운동을 함께 주도해 나갔다.

그러나 1960년대 초 중소분쟁(中蘇紛爭)으로 양국의 관계가 서먹해지기도 했다. 중소분쟁이란 1956년 소련 공산당 제20차 대회 이후 소련 공산당과 중국 공산당 사이에 공산주의 이념의 원칙적인 여러 문제에 관해 벌인 분쟁을 말한다. 1969년 만주 쪽 국경 우수리 강(烏蘇里江)의 전바오 섬(珍寶島)을 두고 무력충돌을 벌이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틀어졌다.

그러다 1989년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다시 호전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소련의 몰락과 냉전의 종식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이전보다 더 공고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여기에는 역사와 공통된 관심사뿐만 아니라 서방국가들에 대한 적대감이 모두 중요한 기여를 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국가들의 제재 대상이 됐고, 중국 역시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한편 대표적 IT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공격을 받고 있다.

무역, 통합, 그리고 판다

각국 정상과 최고경영자(CEO) 등 75개국 1만 7000여 명이 참석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에서는 중국 재계 인사 1000여 명으로 구성된 초대형 대표단을 이끌고 등장한 시 주석이 단연 스타 대접을 받았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약 30개 정부 간 및 상업적 협약을 체결했고, 러시아 동물원에 희귀 곰 판다 2마리를 선물하는 일명 ‘판다 외교’를 펼쳤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러시아 경제개발부에 따르면 2018년 양국의 무역액은 2017년보다 27.1% 증가한 1070억달러(약 123조 7,00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잠정 집계한 자료를 보면 현재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고 있다. 양국은 유라시아 경제 통합을 더욱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약속은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 행사를 통해서 재확인됐다.

러시아가 추진 중인 일대일로의 핵심 프로젝트는 중국의 동북부 헤이허의 하구항과 러시아 국경도시인 블라고베셴스크를 연결하는 아무르강을 가로지르는 국경 간 고속도로 교량 건설이다. 올해 10월 개통이 예상되는 1.28km 길이의 이 다리는 19.9km에 이르는 국경 간 고속도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보다 더 야심 차게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중·몽·러 경제회랑(China-Mongolia-Russia Economic Corridor)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중국 톈진항에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거쳐 러시아 울란우데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새로운 철도 연결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상당한 경제적 불균형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중국이 러시아에겐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지만, 중국에게 러시아는 그만큼 중요한 교역 상대국은 아니다. 2017년 나온 자료를 보면, 중국의 대(對)러시아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인 440억달러(약 51조원) 정도에 불과했다. 중국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나 되는 대미 수출액 4770억달러와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러시아는 중국에 무엇을 주고 있는가?

경제와 인구 규모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 경제는 서로 상당한 보완적 성격을 띤다.

러시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중국과 200억 달러어치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자랑했다. 중국의 2대 전략 분야인 기술과 농업 분야에서의 양국 간 무역 관계도 한층 돈독해졌다. 지난 5월 중국 정부가 미국산 대두 수입을 금지하자, 러시아는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대두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6월 6일에는 양국이 약 10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T) 혁신기금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타스 통신은 국부펀드인 러시아 직접투자기금(Russian Direct Investment Fund)과 중국투자공사(China Investment Corporation)가 출자한다고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에너지는 양국 간 경제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파워 오브 시베리아’(Power of Siberia) 가스관이 12월 완공되면 러시아가 중국에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또한  세계 최대의 LNG 생산 센터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베리아의 야말(Yamal) 메가 프로젝트 지분 20%를 가지고 있다.

항공우주산업은 중국이 관심을 보이는 또 다른 러시아의 핵심 분야다. 양국은 2023년부터 보잉과 에어버스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거리 여객기인 CRAIC C929를 개발 중이다.

무기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1999년 이후 러시아의 최대 무기 거래처로, 매년 러시아가 수출하는 주요 무기의 34~60%를 수입하고 있다. 수년간의 협상 끝에 2015년 러시아는 마침내 중국에 약 70억 달러에 수호이(Su)‐35 최신예 전투기 24대와 미사일 방공시스템 S-400 4개를 팔기로 합의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란 공동의 적에 맞섰으나

경제적 협력 외에 두 나라를 하나로 묶는 핵심 고리는 서방과의 악화된 관계다. 알렉산더 로마노프 러시아 극동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아시아로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푸틴 대통령이 제일 공을 들이는 나라가 중국이다”고 말했다.

러시아 입장에선 경제 대국인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미국과 유럽연합(EU)과의 악화된 관계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양국 정상은 자유무역과 경쟁자들을 억압하는 미국의 정책을 같이 공격했다.

그렇지만 양국의 관계가 온통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러시아 국민들은 러시아가 중국에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해하고 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구소련은 가난하고 후진적이고 인구 과잉에 시달리는 중국보다 경제적으로 더 강력했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는 중국에 훨씬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전 세계로 투자처를 넓혀가고 있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은 양국 관계와 국제기구 모두에서 중국의 위상을 크게 높여놓았다.

양국은 특정 전략 분야에서도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뒷마당 격인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경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군사 협력 강화와 공동 테러 방지 활동을 약속하며 타지키스탄에 다가가고 있다. 푸틴 정권이 1991년 소련 붕괴에도 중앙아시아에 강력한 ‘후원자’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타지키스탄에 중무장한 군대와 기지를 주둔시켜놓고 있는 이상 중국의 이런 모습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동남아에서 러시아는 베트남을 포함해 여러 국가와 긴밀한 안보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에 베트남에 판매한 무기 중에는 잠수함도 있는데, 남중국해에서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이를 보고 달가워할 리가 없다.

시베리아와 러시아 극동지역에서도 중국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그곳의 많은 현지인들은 중국인들이 늘어나고,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 활동을 펼치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이 경제적 유대관계와 전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이런 여러 가지 갈등과 긴장 요인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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