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홍콩 시민 200만 명은 검은색 옷으로 차려입고 길거리로 나와 송환법의 완전 철폐와 람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루 전인 토요일 람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송환법 추진을 무기 연기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하면서 “(송환법과 관련된) 모든 비판을 성실하고 겸허하게 수용하며, 국민을 위해 더 애쓰겠다”고 했지만, 일요일 대규모 시위를 막지는 못했다.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로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홍콩은 심각한 정치적 혼란에 빠졌다. 이 같은 혼란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12일 열린 첫 시위 때 최소 81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후송되면서 경찰의 폭력 시위 진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날 경찰은 강력한 시위 진압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시위에 참여했다는 한 여성은 “저들이 우리 경찰인지 의심스럽다”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경찰이 최루탄을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를 진압한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시위대는 이날 경찰을 비난하는 플래카드와 흰색 카네이션 꽃을 들고 행진하며 “사랑하고, 쏘지 말라”는 구호를 외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로 인해 중국 정부의 람 장관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홍콩중문대학교의 윌리 람 중국 정치 전문가는 “중국이 신뢰를 잃었다는 점에서 람 장관의 정치 생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그가 내일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지는 않더라도 오랫동안 갈망했던 재임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랜드연구소의 국방분야 선임 분석가인 데렉 그로스만은 ASIA TIMES 기자에게 “람 장관이 송환법에서 물러났다고 할 수 없다”면서 “그가 법안을 완전히 폐기하기보다는 공식적으로 보류나 연기하겠다는 입장만을 분명히 밝힌 이상 그의 진심이 뭔지에 대한 추측만 무성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람 장관에 대한 국내외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홍콩 지도자로서 자질과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지만, 전문가들은 “시위대가 홍콩의 첫 여성 지도자인 그를 쫓아내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나일 보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