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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의 조건

오랜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이코패스를 정의하는 방법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1989년 1월 사형 전날 연쇄살인마 테드 번디의 모습 (사진: AP)
엇이 범죄자를 사이코패스로 만들까? 

 

그들의 비열한 행동과 위풍당당한 모습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최근 넷플릭스가 다큐멘터리로 다룬 연쇄살인마 테드 번디(Ted Bundy)와 임산부를 포함해 5명을 무참히 살해한 찰스 맨슨(Charles Manson) 같은 컬트 지도자들을 보면 그렇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수년간의 이론화 작업과 연구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 분야는 확실한 정신질환 진단의 기준을 두고 열띤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DSM-5)에 사이코패스를 정식 장애로 규정해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다.

성격 연구자 겸 법의학 심리학자인 필자는 지난 25년 동안 감옥 안팎에서 사이코패스를 연구해왔다. 필자는 또한 사이코패스에게 두드러진 특성들에 대해 토론해왔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이코패스가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 능력이 부족한 무자비한 사람들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이와 관련된 논쟁은 주로 한 가지 특정한 성격 특성인 ‘대담함’(boldness)과의 연관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필자는 대담함이 더욱 평범한 법규 위반자와 사이코패스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 쪽에 속한다. 대담함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에게 사회의 나머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정상인인 척 행동하게 만드는 가면을 씌워준다. 반면, 대담함이 부족하면 소위 말하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샤이코패스’(shy-chopath)가 된다.

10년 전쯤 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패트릭(Christopher Patrick)과 동료들은 사이코패스가 비열함, 탈(脫)억제(외부 자극으로 일시적으로 억제력을 잃는 것), 대담함이라는 세 가지 기본적인 특징을 강하게 드러내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발표했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대부분은 전형적 사이코패스가 비열하면서도 최소한 어느 정도 억제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그가 얼마나 충동적이고 성급한 사람인지에 대해선 다소 논란이 있기도 하다.

심리학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비열한 사람은 감정이입 능력이 부족하고, 가까운 감정적 관계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경향을 나타낸다. 그는 사적인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착취하면서 즐거워한다.

감정의 통제 

극도로 억제가 안 되는 사람들은 충동 조절이 안 되고, 쉽게 지루해한다. 특히 좌절감과 적개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패트릭과 동료들은 여기에 대담함을 덧붙이며 “진정한 사이코패스는 비열하고, 억제가 안 될 뿐만 아니라 냉정하고, 두려움을 모르며, 감정 회복력이 강하고,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수십 년간 대담한 사이코패스란 개념이 광범위한 연구 대상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 유명 정신분석학자인 허비 클렉클리(Hervey cleckley)는 지난 1941년 저서 ‘온전한 정신이란 가면’(The Mask of Sanity)에서 뻔뻔하고 두려움이 없으며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는 사이코패스들의 수많은 사례를 설명해줬다.

번디는 그런 사이코패스의 훌륭한 사례다. 그는 겸손하거나 소심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불안감이나 감정적인 고통으로 괴로워한 것 같지도 않다. 그는 수많은 희생자의 호감을 샀고, 자신을 직접 변호했으며, 심지어 법정에서 여자친구에게 청혼하기까지 했다.

현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에 나와 있는 정신병에 가장 가까운 진단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다. 편람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그것을 정신 이상이라고 불렀는데, 현재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진단하는 무모함과 충동성과 비열함 등의 7가지 기준은 대부분 ‘탈억제’ 증상에 해당한다.

편람에 대담함에 대한 언급은 없다. 즉,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겪기 위해서 대담해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사실 7가지 기준 중 3가지만 충족하면 성격장애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이상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편람 5판에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진단을 보충 설명해놓고 있다. 즉, 반사회적 성격장애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제시됐다. 당신이 비열하고 억제되지 않는 성격을 감추는 가면 역할을 하는, 대담하고 두려움 없는 대인관계를 맺는 스타일이라면 당신도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샤이코패스’

정신병 진단에 대담함을 가장 중시하는 듯 보이는 이 새로운 진단 모델이 궁극적으로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 개정판에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이 개념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누군가가 사이코패스인지를 판단할 때 비열함과 탈억제가 대담함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담하긴 하지만, 비열하거나 억제하지 못하지는 않는 사람은 실제로는 사회에 잘 적응하면서 살고, 특별히 폭력적이지도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게 그들 주장의 핵심 같다. 지나치게 내성적이거나 감정적인 상처를 받기 쉬운 다른 성격에 비하면 대담함은 일상생활에서 하나의 자산인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다른 연구원들은 그러한 비판이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우리 견해로는, 대담하지는 않고 단순히 비열하고 억제가 안 되는 사람은 사이코패스가 할 수 있는 엄청난 수준의 조작을 해낼 수 없다.

확실히, 비열하고 억제가 안 되는 건 나쁘다. 그러나 대담하지 않다면 당신은 아마도 수많은 투자자를 속여 수억 달러를 뜯어내려고 저녁 뉴스에 출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심하지 않는 피해자를 당신 아파트로 불러 성폭행할 가능성도 아주 낮다.

정리하자면, 소심하지만 비열한 ‘샤이코패스’ 같은 사람도 거의 분명히 존재한다. 아마도 그런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게 최선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테드 번디와 찰스 맨슨 같은 사람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본 칼럼 내용은 ASIA TIMES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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