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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안화 약세, 트럼프를 더 자극할까

경기둔화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중국 경제 입장에선 위안화 가치 하락이 반가울 수 있다.
(사진: AFP)

 위안화 가치 하락, 즉 달러/위안 환율 상승은 특히 부진에 빠진 중국의 수출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4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동월비로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감소 소식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기 이틀 전에 나왔다. 이는 다시 말해 중국의 수출은 최근 미국이 관세 부과 압력을 강화하기 전부터 이미 현저하게 둔화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ING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아이리스 팡은 중국의 성장률이 조만간 5%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고정자산투자, 산업생산, 소매판매가 동반 부진에 빠졌다는 게 이유다. 이럴 때 위안화 약세는 중국 경제가 절실히 원하는 경기부양 효과를 내줄 것이다.

위안 약세로 트럼프 심기 불편할 듯

하지만 반대로 위안 약세는 대중국 압박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수도 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훔치고,  생활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난을 할 기회를 놓친 적이 드물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안화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 자주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트위터와 연설을 통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위안화 절하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가 6.9위안대까지 오르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7위안 돌파를 앞두고 있는 달러/위안 환율에 대해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그는 위안 약세를 시 주석이 자신을 괴롭히는 ‘무례한 행위의 표시’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중국이 환율을 통해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주장을 하며 트위터를 통해 반격에 나설 수 있다. 그 정도로 그치지 않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시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서 피해를 입게 만들 수도 있다.

트럼프의 금리인하 압박 강도 강해질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위안화 약세를 이유로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 강도를 높일 수도 있다. 특히 이 점에서 그는 시 주석을 부러워할 게 많을 것 같다. 시 주석은 원하는 만큼 주석 자리를 유지하고, 언론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보고 싶을 때마다 군사 행진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도 그의 말에 따라 언제라도 경기부양에 나설 준비를 하는 순종적인 모습을 보인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금리를 인하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파월 의장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 따라서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은 역대 대통령과 연준 의장 사이에서 최악이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의 통화 정책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그는 514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잃을 비즈니스를 만회하기 위해 시스템에 유동성을 투여하고, 금리를 내릴 것이다. 연준도 그와 똑같이 했다면 게임은 우리 승리로 끝날 것이다!”라고 썼다.

중국이 달러/위안의 7위안 상향 돌파를 허용하지 않을 수도  

시 주석이 달러/위안 환율을 7위안 위로 못 오르게 막으면서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다.

자산운용사인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반스프리처드 애널리스트는 달러/위안이 7위안을 넘을 경우 무역전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경제 조사업체인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천룽 애널리스트 또한 중국은 위안 약세와 관련 시장이 보내는 메시지를 걱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중국이 3%에서 5% 정도 위안화 절하를 허용한다면, 흔들리는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는 두려움이 커질 것이다”면서 “그럴 경우 전 세계 시장, 특히 미국 증시는 2015년 하반기 중국의 위안 평가절하 때 그랬듯이 크게 놀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시 주석은 중국은 위안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운용할 것이라면서, 특정 국가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경쟁국에게 전가되는 일명 근린궁핍화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을 쓰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그가 그렇게 하길 기대해도 좋겠지만, 쉽게 분노하고 민감한 미국의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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